올해 여름휴가를 영월과 정선에 갔다 왔다. 휴가 1일차 영월 ‘장릉보리밥’으로 출발했다. 집에서 세 시간 정도 가야하기 때문에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보리밥에 묵과 감자전을 먹고 ‘장릉’을 이동했다. 한 낯의 온도가 무려 35도를 넘었기에 한 손에는 양산을 다른 손에는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장릉 일대를 구경했다. 두 번째 방문지는 ‘청령포’로 단종 유배지였다. 십 미터도 안 되는 좁은 강폭을 뗏목을 연상케 하는 작은 배를 타고 건넜다. 짧은 시간에 한 바퀴 둘러보고 이곳이 단종 유배지라는 흔적만 남긴 채 다음 목적지인 ‘젊은잘와이파크’로 이동했다. 여기까지 따라와 준 것에 대한 답례로 성인이 된 두 딸들을 위해서였다. 사진을 찍으며 마냥 즐거워하는 두 딸을 보면서 뿌듯했다.
저녁은 태백으로 가서 한우를 먹기로 했다. 그 후 예약해 놓은 정선에 있는 호텔에서 짐을 풀고 카지노를 방문하기로 했다. 고기를 실컷 먹고 배를 채운 후 다시 정선으로 복귀해야 했다. 동선을 미리 알아보지 않은 탓에 길바닥에서 흘려보낸 시간이 제법 됐다. 우선 호텔에서 씻은 후 카지노를 가려고 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당일예약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실망하는 딸들의 눈초리를 뒤로한 채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를 먹으며 올림픽을 구경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 날이 되자 카지노는 물 건너갔음을 직감했다. 아내의 일정 때문에 카지노 오픈시간이 너무 늦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마지막 코스로 잡은 화암동굴로 직행했다. 동굴 안 온도는 바깥온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냉기를 뿜어대며 우리 가족을 반겼다. 동굴 끝에 다다르자 냉기가 열기로 바뀌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집으로 오는 길에 과거 강원랜드에서 일했던 생각이 떠오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우연이 두 딸과 함께한 가족여행이 된 것도 그렇고. 강원도 지역이 코로나19 4단계 방역조치가 내려져서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무사히 귀가를 해서 다행이었다.
정선 사북의 정취는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애들 잠옷을 사러 호텔 밖으로 나갔는데, 시가지의 풍경이 단조로운 불빛과 함께 을씨년스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에 세워있는 차들을 볼 때는, 저건 전당포에 저당 잡힌 차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휘황찬란한 카지노 분위기와는 다른,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들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길거리에 많은 차가 세워진 이유를. 그리고 호텔에서 묵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소설은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포트’라는 능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정상과 비정상, 합법과 불법이 복잡하게 얽힌 곳이면서 인간의 욕망이 꿈틀대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으로 SF와 한국풍 누아르가 절묘하게 조합된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의 세계에서 초능력은 재능에 대한 알레고리가 된다. 주인공 진을 기어이 죽이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은 각자 재능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재능을 억눌러 운명을 바꾸려는 자, 재능에 기만당한 자, 재능에 중독된 자, 재능을 경계하지만 받아들이는 자…. 강력한 힘이 될 수 있기에 모두가 갈망하는 것이 재능이지만, 거기 휘둘릴 때의 우리는 오히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 수많은 유명인의 삶에서 무수히 보아왔듯 말이다.
대박을 노리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곳에서 함께 기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극적이면서 생동감 있게 전개된다. 몰입해서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숨은 욕망이 분출하면서 천당과 지옥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사뭇 인생사의 축소판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집중해서 읽으면 반나절이면 충분하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세상과 맞서며 자기 삶에서 지키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