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산책을 나간다.
뭐, 특별한 것은 없다. 일상적인 행사라고나 할까.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나 할까. 이것도 아니면 운동 삼아 바람 좀 쐬러 밖으로 나간다.
「우연한 산보」, 라는 만화책이 있다. 주인공은 산책을 ‘의미 없이 걷는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조사하지 않고, 옆길로 새고,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관광 가이드>나 <동네 산책 매뉴얼> 등 책이나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보고 나가지 않는다. 사전에 지도를 보고 간다고 해도, 걷기 시작하면 그 때 그 때 재미있어 보이는 쪽을 향해 적극적으로 샛길로 샌다.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그 날 안에 정하려고 하지 말고 느긋하게 걷는다.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유일한 것이 산책이었다고 합니다.” 만화책의 울림이 상당하다.
이 책도 만화책이다. 우연찮게…….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글 지옥에서 벗어나가 위해 그림책(만화책)을 선호할 때가 있다. 눈의 피로를 덜어줄 겸, 산책하는 마음으로 여백의 미를 즐기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보고)즐긴다. 빼곡히 들어선 글 숲보다 듬성듬성 말풍선으로 되어 있는 만화책이 통찰력을 줄 때가 있다. 「우연한 산보」처럼. 그림은 덤이다.
일상에서의 산책은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하루 일과 중에 산책을 하지 않으면 몸 여기저기가 쑤시기도 하지만 거품인 빠진 맥주처럼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정도면 삶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이 책 또한 산책을 하면서 주변 풍경과 사물에 빗대어 삶의 통찰을 깨닫게 해준다. 느긋하고 한가롭게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유유자적 흘러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때 번잡스러운 고민이 한 꺼풀 벗겨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진다.
평상 시 적극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산책이야말로 삶의 활로를 되찾게 해주는 동시에 바쁜 나머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감정이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과거 어느 시점에 나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각자 다른 속도로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인간도 이와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작년에 본 길고양이를 우연찮게 오늘 보면서 생의 소중함을 넘어 경건함을 느끼게도 해주니 말이다.
이 책, 짧지만 깊이가 있고 엉뚱하지만 재미가 있다. 느긋하게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싶다.
그래서 오늘도 산책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