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전문가인 심리학자 폴 로진Paul Rozin의 관찰에 따르면, 바퀴벌레는 한 마리로도 체리 한 그릇의 유혹을 완전히 망쳐놓지만, 체리 하나는 바퀴벌레 한 사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로진은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여러 방식으로 압도하는데, 손실 회피는 광범위한 부정성 지배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6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Bad Is Stronger Than Good〉라는 논문에서는 여러 학자가 그 증거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나쁜 감정, 나쁜 부모, 나쁜 피드백은 좋은 감정, 좋은 부모, 좋은 피드백보다 영향력이 크고, 나쁜 정보는 좋은 정보보다 더 철저히 가공된다. 자아는 좋은 자기규정을 추구하기보다 나쁜 자기규정을 배척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나쁜 인상과 나쁜 고정관념은 좋은 인상과 좋은 고정관념보다 더 빨리 형성되고, 나쁜 인상이나 나쁜 고정관념이 부정되면 좋은 인상이나 좋은 고정관념이 부정될 때보다 더 강력한 저항이 일어난다."7 이들은 유명한 부부 관계 전문가 존 가트맨John Gottman의 연구를 인용한다. 가트맨은 부부관계가 장기적으로 순탄하려면 긍정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다 부정적인 것을 피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좋은 상호작용이 나쁜 상호작용을 적어도 5:1로 앞서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런 비대칭성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 수년간 쌓아올린 우정이 한 번의 행동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다들 잘 아는 사실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는 성향은 타고난다. 아기들도 세상에 나올 때 이미 고통은 나쁜 것이고 단것은(어느 정도는)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경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준거점이다.
-알라딘 eBook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