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1은 사소한 증거만 있어도 쉽게 넘겨짚도록 설계되었지만, 넘겨짚는 정도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는 못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다 보니 눈앞의 증거만 중요할 뿐이다. 확신은 논리적 일관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내 의견에 확신이 있다면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일관된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뜻이다. 이때 증거의 양과 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빈약한 증거로도 아주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중요한 믿음 중에는 증거가 전혀 없는 것도 있다. 유일한 증거라면 우리가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도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다.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가를 생각하면, 우리 믿음에 대한 확신은 터무니없다. 하지만 그래서 필수적이기도 하다.
판단에 대한 주관적 확신은 그 판단이 옳을 확률을 합리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아니다. 해당 정보가 조리 있고, 머릿속에서 그 정보를 처리하기가 편안해서 생기는 느낌일 뿐이다. 불확실성을 진지하게 인정해야 하는데도 판단을 확신하는 까닭은 머릿속에서, 꼭 옳지는 않더라도 조리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점은 뮤추얼펀드 실적에서 전년 대비 상관관계는 제로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매우 낮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느 한 해의 펀드 실적이 높았다면, 주사위 굴리기처럼 주로 운발이라는 뜻이다. 이를 연구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동의한 사실은 주식을 선별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알게 모르게(대개는 자신도 모르게) 운에 좌우되는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자신은 타당한 예측을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대단히 효율적인 시장에서 경험 많은 사람들의 예측이 눈 감고 찍는 것보다 더 정확할 것도 없다.
능력 착각은 개인의 오해에 그치지 않는다. 이 착각은 금융계 전반에 깊이 뿌리내렸다. 아주 기본적인 가정에 도전하는(따라서 사람들의 생계와 자긍심을 위협하는) 사실들은 쉽게 무시된다. 우리 정신세계는 그런 사실을 흡수하지 못한다. 이런 성향은 실적을 통계로 분석한 연구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기저율 정보를 제공해도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경험과 배치될 때 쉽게 무시해버린다.
-알라딘 eBook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