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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목님의 서재

법정에 들어가볼 기회가 있다면, 변호사가 상대를 비난하는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 주장을 부정하기 위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 그리고 목격자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목격자 증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집중 공격하는 방법이다. 취약한 부분을 집중 공격하는 방식은 정치 토론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나는 그것이 과학 논쟁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회과학의 토론 규범에서는 정치판을 닮은 논쟁 방식도 막지 말아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특히 중대한 사안이 걸린 문제라면 더욱 그러하고, 인간의 판단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편향은 중대한 사안이 분명하다.
여러 해 전에 린다 문제를 꾸준히 비판해온 랄프 헤르트비히Ralph Hertwig와 가벼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견을 좁히려고 그와 공동 작업도 해보았지만 허사로 끝났었다.4 나는 그에게, 우리 입장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여러 실험 결과는 다 놔두고 왜 다들 결합 오류만 파고드냐고 물었다. 그는 씩 웃으며 "그게 더 재미있잖아요"라고 말하더니, 린다 문제가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알라딘 eBook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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