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의 자연식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다른 생명체의 삶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소중한 마음으로 대해야 하며,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표지 앞에 이런 글귀가 쓰여있다.
요즘 따라 더 가슴깊이 와닿는 말이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 나쁜음식을 섭취하고 건강한 몸이 되길 바라는 건 콩 심은데서 팥 나는것처럼 말도 안되는 소리다.
작가 문숙은 우리에게는 영화배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작년 작가님이 출연한 어느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됐다. 그녀의 삶은 그녀의 외모만큼 화려했지만 그만큼 고통도 컸다.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그녀에게 요가와 명상은 새로운 삶을 주었다.
그녀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가만히 미소만 짓고 있어도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그녀가 펴낸 책을 알아보다 <문숙의 자연식> 이란 책을 읽었고, 2011년 그 책을 더 다듬고 내용을 추가해서 이번에 새로 출간됐다.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리’ 다. 의식하지 않고 호흡하고 있는 것처럼 먹는다는 것도 배고프면 먹고 심심하면 먹고 그저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냥 먹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으며 어떤 도움을 주고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고가 들어갔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돈을 지불하면 음식은 뚝딱 나오고 우리는 그것을 먹고 배부르면 그만이었다.
몇 해전 요가를 하면서 채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먹는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음식으로 못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고친다’ 라는 말처럼 섭취하는 음식이 얼만 중한것인지 배웠다.
먹는 음식에 따라 인간의 건강과 마음도 변할 수 있다. 몸에 무조건 좋은 음식섭취보다 몸이 원하는, 자연을 거스리지 않는 섭생법이 핵심이다. 지구에서 가장 섬세한 생명체 인간.
책은 자연식을 자연 건강식, 자연 치유식, 젠 푸드로 나눠서 설명해준다. 자연 원리에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 재배한 식품을 중심으로 먹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산다는 게 더 어색해져버린 요즘 시대에 자연식은 자칫 어색하고 심심할 수 있을 것이다.
꽉 차면 채울 수가 없다. 비어야 다시 채울 수 있다. 치유는 이미 가득 차 있는 찌꺼기를 비워내고 빈 그릇으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한다. 몸과 마음에 가득차 있는 잡념과 찌꺼기를 해독하고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치유하는 자연식.
재료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릇, 조리기구등도 중요하다. 자연식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있다. 음식을 만들 때 정량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요리하길 권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모두가 다르다. 성격, 취향, 몸이 원하는 영양소 등. 각자에 맞게 융통성있게 요리하는 편이 낫다.
모든 요리의 시작인 국물에서부터 통곡물, 채소, 해조류, 콩과 견과류, 계란, 과일, 소스에 이르기까지 요리의 거의 모든 면을 다루고 있다. 덧붙여 음양오행에 따른 치유식까지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정갈한 설명과 따뜻한 사진까지 덧붙여져 존경하던 선생님에게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한끼를 안먹으면 다음끼는 먹지 않은 끼니까지 채우기 위해 더 먹고는 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끼니는 꼭 챙겨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관념처럼 작용해 그것은 위장을 괴롭혔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음식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는데, 많이 먹지 않으면 힘이 없을것 같고 그러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졌다. 그것이 마음의 허함인지도 모르고.
몸과 마음의 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 않아 요즘 나는 애를 먹고 있다. 몸과 마음은 따로 떼어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건강에 자신있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무엇인가 더 깨닫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