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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 잭 콘필드
  • 27,000원 (10%1,500)
  • 2020-05-18
  • : 2,698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성격은 변하는걸까? 나의 경우로 적용한다면 변하는 것이 진실이다. 아니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그것은 어쩌면 삶의 한 과정은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 시절 순진무구한 아이들은 비난과 분노 두려움을 업고 자란다. 굳어버린 표정을 한 채 걱정 없이 웃는 게 일상이었던 시간을 그워 한다. 한번쯤은 자신의 찬란했던 웃는 모습을 눈물 나게 안고 싶어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교회를 다녔었다. 하나님이 나를 지켜주는 게 너무나 당연했고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게 숨 쉬는 것만큼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다. 특별한 사건은 떠오르지 않지만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던 기질은 소심함과 혼자라는 외로움으로 변해갔다. 언제나 사람이 힘들었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고 피하고 싶었다. 어느 스님의 말씀처럼 환상속의 비대한 자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의 나에게 실망하고 수치감을 느꼈다.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고 적용했지만 굳어진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옷자락으로 바위를 쓰는 것 마냥 지난한 과정이었다. 어떤 대단한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닌데 행복에 겨워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고뇌하는 배부른 돼지 같은 나. 남달은 다 재미있게 잘 사는데 난 왜 이렇게 사는게 힘들고 재미도 없는지. 인연가합으로 이루어진 나를 진짜라 착각하며 살지 말라는데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허덕대며 사는 내게 진리는 너무도 먼 얘기였다.

머릿속은 끊임없는 생각들로 조용한 날이 없고 드라마 작가처럼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튀어나온다. 일을 하면서도 딴 생각은 계속 돌아다니고 잠에 드는 순간까지 세상에서 제일가는 수다쟁이로 남는다. “ 내 마음 나도 몰라.” 이 작은 몸뚱이 안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생각의 주체는 과연 내가 맞는지.

잭 콘필드는 몇 년 전 서점에서 만난 작가들 중 한 명이다. 그 날도 쳐진 기분을 달래려 책을 고르고 있었다. <깨달음 이후 빨랫감>이란 책을 몇 장 읽다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책의 두께에 지레 겁먹기도 했지만 작가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 역시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의 환경에 대해 알게 되자 좀 더 친근하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너무 유복하고 잘난 사람들의 바른 소리는 뒤틀린 심보가 제대로 받아주질 않았기에.

사람은 생각으로 산다고 할 정도로 끊임없이 생각한다. 양치질을 하면서도 다음 할 일을 생각한다. 현재에 있지 못한다. 무언가를 준비해야하고 움직인다. 마음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혼돈을 겪는다. 지금 있는 현재를 살지 못한다.

마음챙김, 현재를 사는 방법. 현재에 마음이 없기에 사람은 힘들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괴롭힌다. 잭 콘필드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힘이 얼마나 큰 치유를 일으키는지 다양한 사례로 알려준다. 탐진치 삼독에 빠진 우리들의 모습은 과연 자유의지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괴로운 것은 피하고 싶고 즐거운 것은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 끊임없는 윤회. 고통 없는 삶이 있을까? 첫 번째 화살을 맞아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아야 하는데 무지한 존재는 두 번째 화살에 주저앉아 버린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불교적인 시선으로 접근하는 심리학이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건 아마도 작가의 자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몸이 아플 땐 병원으로, 마음이 아플 땐 방석 위로. 하루에 몇 분이라도 고요한 침묵 속에서 자신을 바라본 적이 있었는지, 온통 외부로 향한 마음은 목적도 없이 기계처럼 움직인다. 너무나 다양한 사례에 고개는 저절로 끄덕여지고 가슴이 아프고 눈물도 난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슬픔을 분노를 우울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나와 다르면 편을 가르고 나쁜 사람, 못된 사람, 상식 없는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고통을 피하고 쾌락에 집착하는 마음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알아차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발취하는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연민 가득 담긴 사례들을 읽으며 새삼 명상의 파워를 실감했다. 모든 인간이 가진 내면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보는 힘을 기르고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도록 기운을 북돋워주는 친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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