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헤어살롱
#굿나잇헤어살롱 #남예은 #사계절 #사뿐사뿐 #사계절1318문고
뒤표지 이 책을 소개하는 짤막한 글을 옮겨본다.
"원하시는 시술이 있을까요? 퇴귀 커트? 천도 파마? 해탈 집중 관리?"
자꾸 가위에 눌리고, 두통에 시달리나요? 병원에서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한다고요?
그렇다면 '굿나잇 헤어살롱'으로 오세요! ~ 삼인조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책임지고 당신에게 붙은 귀신을 처리해 드립니다!
귀신을 쫓는 이야기? 예전에 '보건교사 안은영'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퇴마, 퇴귀 이런 소재가 딱히 낯설지 않고 나름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퇴귀 커트? 천도 파마? 이런 이야기가 책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꼭 직장 휴게실에 고급진 안마 의자에 있는 멘털 케어, 브레인 뭐, 견인, 근육통 등 수많은 메뉴 속 오늘은 무엇으로 안마를 받아보나~ 꽤 신중하게 고르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가볍게 책을 열었다.
한참을 읽다 보니 이 책의 편집자 님이 남긴 편지 내용이 떠오른다.
'진언이 섞인 힙합을 트는 퇴귀 미용사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유쾌한 책 같고, 기억을 잃은 아이의 이야기라고 하면 무거운 책 같다는 책 소개의 고민'
딱 맞는 말이다. 그리고 둘 다 맞는 이야기이다.
웃으며 읽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잠시 멈춰서 주인공들의 마음을 읽어보고 살피고 공감하는 지점이 있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을 편집자님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난 어느 지점에서 잠시 멈추었던가? 생각해 본다.
잠들기 전까지 오래도록 쭈욱 읽어내려 간 책임에 틀림없지만 분명 멈추었던 지점이 있었다.
선과 악을 살면서 난 정확하게 구분하고 그 구분의 기준에 따라 항상 옳게 선을 선택했는가?
선과 악이 분명히 나뉘는데 내 지인, 친구, 가족이 악의 편이라면 난 선택의 기로에서 어디로 마음이 향할까?
가족인데? 친구인데? 내가 속한 집단, 조직인데? 이런 인연으로 기준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내가 친구를 살리려면, 동료를 구해내려면 악의 편에 손을 잡고 그쪽에 서야 하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딱 그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면 말이다.
소설의 맛과 재미는 현실에의 적용인 듯하다.
이 세상에 귀신 쓰인 듯한, 검은 불가사리의 비늘이 목 뒤에 꽂히고, 영혼을 누군가에게 빼앗겨 어딘가에 잠금장치로 잠긴 채 다시 찾아오기 힘든 상황인 사람들은 너무나 많지 않은가? 특히 청소년 세대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그럼 이를 퇴치해 주고 치료해 주고 낫게 만드는 미용실도 늘어나야 할 텐데 3인조 퇴귀사와 같은 역할을 맡은 이들은 왜 안 보이는 걸까?
병원의 의사 선생님 면전까지 가기 전, 우리가 마음을 편히 맡기고 차분해지며 치료 전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 학교 선생님들, 친구들, 종교 단체의 고마운 분들... 아직도 우리 사회에 그분들은 충분히 있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누가 누군가를 구하려고 하고 구해내려 노력하는지...
이 글을 쓰는 도중 갑자기 금속성 소리가 들린다.
하얀 불가사리가 나쁜 귀신의 흔적이 뭍은 가위를 잘근잘근 씹어 먹으며 다시는 이 땅에 고통, 슬픔, 아픔이 남아 있지 않게 하려는 소리인가 싶어 귀를 기울여본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내 역할 중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가위 대신 분필로... 진언 대신 글과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