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진화의 세계
#이정모 #극한진화의세계 #다산초당 #책추천 #찬란한멸종
부제는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발견한 생존의 법칙'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제목과 부제의 영향으로 읽으면서 가장 극한, 가장 혹독한 환경은 어떤 환경일까? 찾고, 이전에 읽은 것과 지금 막 읽고 있는 내용을 경쟁 붙이듯 비교를 하면서 읽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한 참을 읽다 보면 관심의 초점이 바뀐다.
점점 경쟁의 승부는 의미가 없어지고 진짜 신기하다. 놀랍다. 어쩜 이런 일이 있을까? 감탄과 함께 자연에 대한 경외감, 그 자연에서 꿋꿋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살아가고 있는 생명의 경이로움만 남는다.
너무 편안하게 살고 있는 내 삶의 공간은 그저 살아가는데 무난하기 그지없고 얼마나 더 춥고, 더 뜨겁고, 더 건조하고, 더 깊고, 어둡고 이런 극한의 환경에 놀라기보다 이 책이 말하는 '극한'으로 표현하는 환경이 그저 위에 열거한 그런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악조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기 위해 보편적으로 알고 있고 기본적으로 해왔던 오랜 방법이 통하지 않는 곳'을 포함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런 환경까지도 보태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등장하는 동물과 식물은 내 맞은편에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안한 시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시점으로 글은 적혀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털이 검은 바지에 붙듯, 냄새가 방석에 자연스럽게 배이듯 알게 된다.
그들이 극한 환경을 이겨내는 방법은 인간인 나에게 무척 놀라운 일인데 흥미로움과 놀라움에 그치지 않고 내가 인간이 맞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듯 이들의 능력을 어서 우리 인간이 추출하고 우리에게 적용하는 순간이 당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초롱아귀의 수컷과 암컷이 하나가 되듯 이들의 세포, 단백질, 유전자가 자연스럽게 우리도 쓸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그 이기적일 수 있는, 그들의 환경을 더 극한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할 수 있는 마음을 먹는 것을 알고 살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찬란한 멸종'을 읽으면서 느꼈던 작가의 센스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극한 환경 속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마무리에 우리의 가장 친한 반려동물이 나온다. 그전에 돼지와 같은 가축이 등장하는 것이 암시였을까? 그래도 개와 고양이의 등장은 뜬금없다고 생각할 즈음 어느 순간 어쩌면 여태까지 나온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가장 극한 환경 속에서 진화를 해온 생명체가 바로 그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유홍준 교수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반인에게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고미술학, 문화인류학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와 지역 주민들의 삶이 일정 수준의 지식인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옆에 끼고 다니는 것이 흔한 여행의 루틴이 되도록 쉽게, 재미있게 풀어 일반인들이 편히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공로가 가장 크다고 나는 생각해 왔다.
이정모 교순 님을 좋아할 이유가 생겼다.
과학이라는 영역이 인문 계열, 자연 계열을 나누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수학, 과학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것으로 무언가 다른 사람과 우열에 대한 편견을 갖고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은 진입 장벽이 있음을 느꼈는데 이 책을 읽고 적어도 깊고 어려운 학문의 영역이 분명하지만 이렇게 쉽게 풀어서 흥미롭게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면 그 영역에 대한 두려움은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추천받지 못하고 선물 받지 못해서 아예 알지 못해 만나지 못했다면 아쉬울 책을 잘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