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각자 다른 세계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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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이 책이 주는 유익을 생각해 본다.
책이 주는 유익은 굳이 글로 남기지 않아도 모두가 알 테지만, 지금까지의 다른 책과는 살짝 다른 이 책이 주는 개성 있는 나름의 유익함이 신선하고 색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풍부한 이름, 호명의 어원에 대한 지식과 정보
이름의 어원을 살핀다.
어설프게 철자를 암기하고 단어 뜻만 알고 있었던 수준인데 라틴어 어원에서부터 설명을 해주고 최근 학계에서 만들어진 용어라는 식으로 무엇을 설명하든 먼저 이름과 그 뜻, 어원에 대해 먼저 파해를 해나가니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이 쉽고 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가 혼자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가능케도 한다.
이렇게 설명해 주는 라틴어 어원과 영단어를 재밌어하다가 생물학 관련 원서도 읽을 수 있게 되지 않나 싶다~라고..
한창 영어 공부한다고 단어를 외울 때 접두사, 접미사에 따라 단어를 분류하고 같은 뜻을 같은 유사한 단어들을 익히던 VOCA~책으로 영어 단어를 나름 재미있게 공부하던 기억이 난다고 해야 하나? 내 전공 역시 땅의 이름, 즉 지명의 유래부터 모든 수업이 시작되기에 이런 접근은 친숙하면서도 또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많이 체계적으로 얻는 기분이었기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듯하다.
*등장 생물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첫 페이지에서 등장하는 개체를 언급해 준다.
5장을 예를 들면 38 개체의 이름을 나열해 주고 그런 배려는 읽기 전부터 세상에 이런 생명체도 있었구나. 싶기도 하는 호기심이 유발되고 읽다가 그 생물 이름이 나오면 오호 드디어 무대에 등장했구나. 반가운 마음도 든다.
*질문이 가득
답이 잔뜩 있는 책이 아니라 읽으면 읽을수록 질문을 할 수 있는 독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책?
예를 들어...
생태계의 총합을 알게 해 줄 에너지의 비율과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나서, 그 안에서 예외적 존재인 인간을 등장시킴.
인간이 등장하고 이주, 목축과 농경 등이 인간이 예외적일 수 있음을 설명하고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동시에 이런 예외적 상황이 다른 생물들의 생태계를 어떻게 침범하고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또다시 설명함.
바라보는 대상이 계속 달라지고 어느 개체에 벌어진 상황이 또 다른 개체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하게 만들어 나가는 글의 빌드업 감각이 장난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연이어 드는...
이 부분도 인상 깊었던 이야기의 흐름이었다.
공생과 기생의 각각 설명한 후 그 둘의 차이를 다시 설명하고, 이후 공생과 기생 모두 대상의 상호진화, 즉 공진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언급으로 자연스럽게 공진화로 넘어가고 포식과 피 속의 관계를 이야기 속에 툭 던져 놓고 다시 이 둘과 공진화를 다시 이야기함.
사례로는 초원에서의 포식과 피식을 이야기하다가 그럼 숲에서의 포식과 피싱은 어떨지? 의문을 갖게 하고 이런 지식과 정보를 밑바탕에 쌓게 한 후 숲에서 시작된 인간의 진화가 기후 변화에 따라 초원과 숲이 번갈아 만들어진 아프리카 지역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화두로 삼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고 답을 찾게 해 줌. 사족보행에서 두 발로 걷게 되는 과정을 그 어느 때보다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숲과 초원의 분포를 설명할 때에는 지구과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자세한 설명이 보태진 것 역시 인상 깊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생물학 책인데 말이다.
*인문학을 토대로 한 자연과학책
마지막 유익한 점을 언급해 보자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인문학 냄새가 폴폴 난다는 것이다.
생물학의 전문 영역을 계속 사례로 들어주고 언급하는데도 이 책이 그저 과학 수업 교재 같은 느낌과는 달리 따스하다고 느껴지는 이유일 듯하다.
인간 중심적인 생각을 걷어내고 보는 생물학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생명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 이외의 생명이 각자의 세계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경계는 자연이 그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렸다. 위계도 중심도 마찬가지다. 그 선을 지워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 책은 생물학의 낯선 언어들, 그 어원(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에서 찾을 수 있는...) 속에 숨겨진 뜻을 따라가며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분류에서 창발까지 공생에서 움벨트까지 각각의 단어 뒤편에는 인간중심주의가 놓쳤던 세계가 있다.
뒤 표지에 적힌 위 문장들로 이 책이 인문학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으면서도 따뜻하게 생물학,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라틴어, 영어를 융합해서 수업 듣는 기분 좋음이 머리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