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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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고 내가 읽는 것이라서 표지의 한 줄을 내 맘대로 바꿔본다.
'아직도 마음이 자라는 나에게'
호봉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멈추며 어느 부서에 가도 이젠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하는 지극히 높으신 선배여서 이제 내 몸과 마음에 자란다는 표현의 동사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이 한 줄 문장을 계속 떠올리며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마음이 자라는 나....
시간이 흐르면 무언가 사라지고 없어지고 무뎌지고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노화'라는 단어에 매여서만 생각을 하나보다.
시간은 나에게 선물한다고 적혀있다.
느리지만 결국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나무를 자라게 한다.
그것을 시간이 하는 일이라 믿는다. 는 말이 내게 힘을 준다.
곧 여행에 대한 1학기 마지막 수업을 해야 하는데 앤이 초록지붕집에 처음 와서 다음에 쫓겨날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다시 집에 안심하고 돌아올 때까지의 여정을 여행이라 칭하고 그 과정을 학생들과 한번 말해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가장 빛나는 별을 보기 위해선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별을 보는 방법이란 것, 비밀은 모두 어둠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어둠 속 여정마저도 트라우마가 아닌 희망을 찾아내는 빨강 머리 앤의 이야기는 참~ 접할 때마다 나와 다름을 다 커버려서 더 이상 자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 어른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한다.
마릴라 부인이 앤을 태워 앤을 보육원에서 데려온 중개인 부인에게 다시 데려가는 장면의 대화는 내 수준에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오자마자 다시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긴장 속 아침의 대화에서도 말이다.
'아주머니,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어요. 즐기겠다고 결심만 하면, 대개 언제든지 그렇게 즐길 수가 있어요! 물론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 하지만요.'
'저요, 오늘 아침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지 않았어요. 아침부터 그런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어야 되겠어요? 아침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5분 전만 해도 너무 비참해서 태어나지 않았길 바랐는데, 지금은 나 자신을 천사와도 바꾸지 않을 거예요."
결국 앤은 이렇게 초록지붕집에 머물게 된다.
앤의 여행이 시작되는 이런 극적인 시작처럼 사실 아주 떠날 수 있었던 장면도 후반부 이야기도 인상 깊다. 아저씨가 죽고 마릴라 아주머니의 건강을 생각해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초록지붕 집에 남기로 한 그 순간이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퀸스에서 돌아와 창가에 앉았던 그날 밤 이후로 앤 앞에 펼쳐진 미래는 좁아졌다. 하지만 발 앞에 놓인 그 길이 아무리 좁다고 해도 그 길을 따라 잔잔한 행복의 꽃들이 피리라는 걸 앤은 알고 있었다. 마음을 다해 일하고 고귀한 꿈을 키우고 마음 맞는 친구들 곁에 두는 기쁨은 오롯이 앤의 것이었다. 그 무엇도 앤의 타고난 상상력과 꿈이라는 이상 세계를 빼앗아 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길 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기억에서 옮겨왔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 난 그 앞을 '불안'이라고 표현하는데... 앤은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 알아낼 것이 많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만약 이것저것 다 알고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럼 상상할 일도 없잖아요!'
이렇게 활짝 열린 길에서 시작해서 앤은 다시 길이, 미래가 좁아진 그 길 앞에서도 초록지붕집에 남기로 마음을 먹기까지의 그 여정을 학생들에게 여행이라 말하고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
여행은.. 세상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나에겐 불안인 것을 앤은 기대로 바꿔 살고 있다.
행복한 여행으로...
그래 빨강머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너희들도 나도 모두에게 앤의 빨강머리가 있을 거야. 그렇게 여행을 시작하다 보면 불안할 수도 있지만 엄청 재미있고 신날 거야. 그리고 어느 순간 여행길이 좁아지고 뻔한 스토리가 예상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꿈과 상상력으로 그 길에 있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거둘 수 있을 거야~라고... 1학기 여행지리 마지막 수업에 좀 멋지게 말해보자.
책을 짧게 요약해둔다면
어릴 적에 이미 애니메이션 노래를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고 다행스럽게 최근 소설을 다시 읽었고 따스한 앤의 에피소드가 저자의 인생 경험과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이 덧대어져 독자들이 살고 있는 인생에 겹쳐지는 귀한 공감의 경험과 저자의 부드러운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멋진 그림과 글이 담긴 책이라고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