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_이것은 고양이가 내게 가르친 사랑의 진실한 얼굴이다.
#천희란 #고양이 #김영사 #고양이가두고간세계 #에세이
띠지를 책에서 떼어 내다보니 이런 문장이 눈에 훅 들어온다.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고양이는 그저 다른 방식으로 계속 존재하며 집 안을 조용히 가로지른다. ~ 한 고양이를 사랑하는 일은 다른 속도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와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계속해서 곱씹게 한다. 우리는 떠난 고양이에게서 그런 것을 배웠다.'
표지만 본 다음 바로 책을 읽어 나가기도 하지만 이렇게 띠지, 날개단, 뒤표지 등에 시선을 먼저 빼앗겨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정답, 해설지를 옆에 두고 문제를 푸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대하기도 한다. 이번 책이 약간 그렇다.
이번에는 날개단이다.
'지금 어떤 당신은 아픈 고양이의 곁을 지키며 함께 아파한다. 다음 당신은 곁을 떠난 고양이가 꿈속에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당신은 아직 너무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투병과 이별의 시간을 상상하기도 하고 당신 인생을 뒤흔들 운명의 고양이를 기다리기도 한다. 당신이 이 모험에 당신의 모험을 겹쳐 읽는 지금 나는 당신의 과거에서 당신의 현재보다 멀리 있는 미래를 엿보고 돌아오는 길이다. 그 모든 시간 속, 아직 오지 않은 고양이들을 위해 이 책을 묶는다.'
바로 뒤표지
작가님과 출판사 마케터, 편집자 님이 엄선한 이 책의 한 문장이 보통 실려있고 추천인의 멋들어진 서평 또는 추천사가 적혀있는 여기를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실은 고양이가 우리에게 와 함께 살다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꿈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고양이의 세계에 잠시 초대받았던 것이 아닐까?'
'~처음과 끝이 사랑으로 충만한 책'
'~이 책이 그 지속되는 사랑과 취약해질 용기를 우리 곁에 남겨두면 좋겠다.'
나중에 이 책을 다 읽고 읽으면서 접어두었던 책 모서리를 다시 찾아 왜 접었었는지를 되짚어보니 이렇게 적어두고 있는 띠지, 날개단, 뒤표지의 문장들이 다시 생각난다.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는 일상 그 이상이 적힌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젠 내가 접어 놓은 책 모서리를 찾아 다시 접은 이유가 된 문장을 옮겨보려 한다.
'~비인간 동물이 인간에게 베푸는 돌봄과 사랑의 혜택마저 경제적 계급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은 동물을 거래하는 행위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나아가 자본주의 하에 반복되는 수많은 불평등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루아 꼼의 간병을 하는 차에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 부분에서의 글이다.
'쓸 돈이 없을 때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돈을 썼을 때도 돈을 써볼 기회조차 없었을 때도 이별은 매번 후회로 가득했다. 결과적으로 그 모든 후회는 돈과 별 상관이 없었다.'
경제적 부담을 토로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페이지에 작가는 위와 같이 적었다. 그럼 무엇과 상관이 깊다는 것인가? 되묻게 된다.
'~사람들은 말이 통하는 사람~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어느새 상대는 뻔하고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 믿음이 훼손되었을 때 배신당했다고 이해받지 못했다고 서로를 원망한다. ~사랑을 성장시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겸허함이다. 그 이해할 수 없음이야말로 내게 타자를 상상하는 힘을 준다 내 고양이들은 그렇게 나를 가르쳤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고양이들에 대한 사랑이 커져만 가는 것을 이렇게 멋들어진 문장으로 표현했다 싶다.
p98는 너무 길어서... 꼭 옮겨놓고 싶은데 말이다. 보호자가 지녀야 하는 태도와 상호 신뢰를 갖춰야 할 이상적인 수의사와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다.
'내 믿음이 상대의 믿음을 견인하고 그 믿음은 내가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추지 않고 솔직해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 스스로를 보살피는 것만으로도 벅찬 내가 너희를 보살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너희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길까 두려웠고, 너희를 짐으로 느끼는 나쁜 인간이 될까 겁이 났어.' 내가 반려동물을 선뜻 키우겠다고 할 수 없는 마음을 그대로 옮겨 표현해 준 문장이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 결코 가벼울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두 명의 인간이 함께 하는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았기에 모두가 함께 보낸 시간은 없었으나 늘 모두가 함께 인 듯한 이야기,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그 시간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 결함을 깨닫고 비인간 동물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라고 적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