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의 피처링
#도서협찬 #다른 #열네살의피처링 #안오일 #시소설
...
내키든 말든 지켜야 할 우리 집 집룰
아빠와 냉전인 난
일부러 뒤처지고
눈치 없는 아빤
보폭을 맞춰 걷고
... 차라리 앞질러 가는데...
들려오는 작은 소리
"봄이 깨는 소리야"
야속한 아빠의 말
내 말은 안 듣고 봄 말만 듣네
...
좋다.
아빠와 아들이 함께 등산하면서 복잡한 감정이 교류되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장면이라 참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안오일 님인데 시 아래 적혀있는 이름은 [율]이다.
이후로 [지우], [민혁]의 시가 나오고 이 시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시로 쓴 소설 '시소설'
낯설고 생소한 경험을 지금 했다.
3명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고, 평소 시를 읽었을 때를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 시를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빨리 읽어 내려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평소 소설을 읽을 때를 생각해 본다면 간결하게 정제된 문장이라서 그런 가 이해가 되지 않아 거꾸로 되짚어갈 필요가 전혀 없었던 그런 느낌을 받았다.
다 읽고 나서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다.
삶의 맷집이 좋은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상처를 아이들이 알게 되고 버텨내는 과정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그저 쓰러져서 못 일어나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해될 만한 순간 3명의 아이들은 혼자 일어서려 노력하고 서로에게 기대 주려고 애쓴다.
그래서 그런가 '한 권의 기울어진 책'이 참 마음에 들었다.
'퍼즐'에서 알 수 있는 복잡한 심정이 '세 개의 페달'에서 알 수 있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서로에게 전달되면서 결국 서로가 서로의 피처링이 되어준 즉 기울어진 책이 되어 결국 세 권, 아니 세 명 모두 똑바로 설 수 있게 된 이야기.
세 명의 시가 이야기가 되고 있다.
헌데 읽다 보니 다른 인물들이 썼다면 꼭 읽고 싶은 시가 있다.
할머니의 시
대석이의 시
율의 엄마, 아빠, 삼촌의 시
그리고 민혁이의 형과 엄마의 시
특히 마음고생이 심했을 할머니의 시가 너무 궁금하다.
'너 때문이야'를 들어버린 지우도 지우지만 그것을 참고 참아 병이 된 할머니의 시가 말이다.
세상에서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신이 준다고 하였으나 이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얇은 소설에 하나도 작은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겨내면서 자신뿐 아니라 바로 옆에서 쓰러지려고 하는 책 보다 더 비스듬히 쓰러져 똑바로 세워 받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주인공들이 참 멋져 보인다.
피카이아
소프트
소스테누토
댐퍼
ft
위 단어들을 천천히 백지에 적어본다.
누구나 다 아픈 이야기 하나 즈음 갖고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인지 연말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있어서였는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크게 내쉬게 된다. 후 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