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에게
#창비 #주민선 #가제본서평단
뜬금없이 15 소년 표류기가 생각났다.
절망적인 상황
어른은 없는 아이들만이 남은 순간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 어딘지 모를 곳에 정착한 곳에서의 그들만의 갈등과 선택
헌데 읽을수록 달랐다.
자매로 시작해서 소꿉친구와 또 다른 친구가 생기고, 표류하듯 헤매었으나 목적지가 있었고, 머문 시간보다 이동한 순간의 이야기가 더 많은
벙커 생활을 하던 시기가 인상 깊어서였나? 무의미하게도 다른 소설과 비교를 하려 했다.
완전히 다르다.
그저 미래에 아이들만 남아 있는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것을 내 나름대로 쉽게 이해하고 싶었나 보다.
어른이 모두 먼지가 되어버리는 설정에 마음이 좀 아팠다.(그냥 가루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말에 더 충격이었다.)
결국 나이 든 자, 먼저 산 자들은 현실에서나 소설에서나 후대에게 폐를 끼치고 그들이 직접 발생시킨 문제를 자기 손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떠 넘기고 죗값을 치르고 사라졌구나. 냄새를 풍기면서... 흔적도 없이... 아니 엄청난 흔적을 남기고...
풍요로운 시대의 단물은 다 빨아먹고 말이다.
아이들만 남아 있는 상황
그 안에서 또 위계가 생기고 조직이 만들어지며 또 이전 어른들처럼 불신, 차별과 혐오가 자란다.
스스로 서기 위한 노력을 하는 인물도 있으나 대다수 등장인물들은 관망이다. 여전히 의존하고 기대려는 성향은 그저 아이들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탓이 아닌 것처럼 문제를 풀어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내가 굳이 나설 필요가 있는가? 내 책임이 아닌데, 내가 위험 부담을 안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일 것이다.
어른들도 그랬다.
해수면 상승에 누가 바닷가에 살라고 했는가?라고 생각했다.
꿀벌들이 멸종? 그럼 과학자 누군가 로봇 꿀벌을 만들어 해결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낙관론
아이나 어른이나 매한가지...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이 붉은 기둥이 치솟은 곳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챙기고 떠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감동이다.
'나아가고 마주하고 세상에 목소리를 낼 거야'
한때 소설을 읽지 않았던 이유는 남이 꾸며낸 이야기에 내 감정이 요동치는 것 자체가 싫었다.
하지만 요즘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 상황 속에서 나였더라면 어떤 생각, 어떤 선택을 했을까? 되묻고 대답해 본다.
난 등장인물 누구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인가?라고 묻고 답을 찾기도 한다.
그래, 나라면 그렇게 했을 텐데. 그렇지 나도 그런 생각이야. 이런 감정이입을 통해 나를 다시 알아가며 아직도 늦지 않았다며 나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나의 미래에게 묻는다. 난 어찌 살아갈 수 있는지...
나의 미래에게...
지금 이대로 난 괜찮은지, 우리는 괜찮을지
혹시 내 친절이 필요한 곳이 있는지
지금 나는 모르지만 현실의 노력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내게 생길 어떤 능력과 역량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어 나의 친절로 세상이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지... 그저 노력했을 뿐인데 악의 없이 '악'이 되지는 않을지..
나에게 가족은... 사회는... 인류는...
그 안에서 '나'라는 존재는...
나의 미래에게 묻기 위해 적는다.
' ~씀으로써 나의 과거는 기억으로 남고 씀으로써 나는 시시각각 흘려버리기 쉬운 현재에 눈을 뜨게 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마주하면 미래 역시 달라져.~겪었던 해류를 기억하고 현재의 물살을 파악하며 다가올 파도를 가늠해 나아갈 방향을 정하게 돼.~'
소설을 읽고 어른으로써 자책과 자기 비관에 빠져있지만 나름 먼저 산 자의 도리를, 역할을 주인공 언니에서 찾아보기도 한다.
'같은 길을 나보다 먼저 걸어가는 사람이 있어 든든할 때, 먼저 세상을 경험하고 내게 알려주는 사람의 존재가 은근히 기쁠 때.~그 순간~향한 애정이 차올랐어.'
그리고 나의 미래에게 묻기 전에 꼭 새겨둘 문장.
'생존의 끝에는 결국 죽음뿐이야.'
'다른 결말은 없어.'
'그래서 나는 너에게 생존을 바라지 않아. 그 이상을 원해. 네가 생존이 아닌 삶을 살기를 바라.~너의 여정이 생존이 아닌 삶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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