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아
#채은랑 #연여름 #김두경 #존프럼 #이새벽 #나현 #사계절출판사
과학소설상 작품집이란 것을 먼저 밝혀야 한다.
'사라지지 않아', '하얀 파도',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 '나의 메신저 버씨', '우르수스 행성대족장 취임 46주년 기념선물에 대하여', '마지막 차사와 혼'이란 제목의 단편소설이 묶인 책이다.
가장 그래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문장은 쿠폰을 주고받는 학교의 두 친구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목은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이고, 마저 다 읽다 보면 맨 뒤에 짧은 작가의 말이 보태어 있다.
옮겨보면
'이 소설에서 하나의 단어만 남긴다면 그건 뭘까? 제목을 지을 때면 꼭 한번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그저 무심히 지나치기 어려운, 도무지 가만 내버려 둘 수 없는 그런 단어라고 할까요. 소나와 소나를, 5반과 7반을, 타인을 친구로, 지금을 미래로 연결하게 하는 '복도'였습니다.~당신이라는 세계의 복도에서는 오늘 어떤 일이 있었나요?'
미래에도 외롭고 소외되는 학생들은 계속 남는 건가? 상벌점 제도 같은 쿠폰을 모아가는 미래의 이야기가 어색하지 않은 느낌은 무엇인가? 지금보다 많이 바뀔 텐데 제발 바뀌고 사라졌으면 하는 것들은 왜 또 여전히 미래의 이야기에 남아있는가? 싶었나 보다.
'복도'
가만 생각해 보니 지금도 복도는 각 교실로 나누어져 있던 아이들이 짧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 교실문을 박차고 나와 수다를 떨며 무언가 쌓인 화와 피로를 분출하는 해방의 장소이자 도피처가 아닌가~. 교무실에서 듣기에 불편한 욕과 험담도 들려서 다 조용하고 교실로 들어가라 혼내고 싶지만 그들만의 소통의 장이고 서로서로를 연결하는 장이 되는...
이렇게 생각하니 그 10분의 '한바탕 소란'이 밉지 않게 느껴진다.
요즘 부쩍 사회와 기술, 아이들의 변하는 속도를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책만 하고 공감할 노력은 안 하면서 이런 미래의 이야기에 '식겁' 더욱 겁을 집어 먹는다.
로봇과 사람이 공감하고
사람과 사람의 소나~와도 소통하고 친구가 된다.
악성코드 취급을 받으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외계 행성의 사람들 이야기 속에서 미래 역시 지금처럼 앞으로 나아가려고 나아지려는 노력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이 꽤 있어 보인다.
미래를 생각하면 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 사라지는 것을 쫓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 것을 이야기하는데, 더 과거의 것이 귀히 쓰이기도 하고 더욱 가치 있게 취급되기도 하며 여전히 지금도 지켜내려고 애쓰는 것들이 미래에도 여전히 소중함을 미래를 상상하는 짧은 이야기 속에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다수의 불행과 한 사람의 불행을 저울질하며 거래하는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맞닥뜨리지 않았으면 하는 극단으로 치닫는 미래말고, 아직 남아 있다고 믿고 싶은 두리뭉실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세상이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움튼다. 그 상대가 사람이건 기계이건 지구 밖 누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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