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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필 낭만을 선택한 우리에게
  • 류주연
  • 15,030원 (10%830)
  • 2025-03-31
  • : 2,990

하필 낭만을 선택한 우리에게 


#류주연 #채륜 


심각해지거나... 허탈해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지방에서 청년은 사라질까? 살아질까?라는 표지에 적힌 질문에 대한 답을 책 읽기도 전에 나 스스로 내렸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간과한 것은... 

책 제목에 '낭만'이란 단어이다. 

물론 그 낭만은 다른 선지도 있는데 굳이 낭만을 선택한 것이라는 '하필'이란 단어와 더불어 붙어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말이다. 

낭만은 시골행일 테고... 그 하필 시골행을 택한 청년들이 사라질지... 살아질지... 

그 시골행은 자의로 향했거나, 타의로 향했으나 머문 후 찾은 낭만이거나 모두 포함할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하필 낭만을 택한 그들이 '우리'라는 단어로 묶이면서 벌어지는 한 지역의 이야기이며, 묶인 후에도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계속해서 그 인연이 이어지는지 끊어지는지에 대한 걱정이 책에 여백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가득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지역도 개인적으로 친근한 곳이어서 좋다. 

중생대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너른 파식대에 수백 개가 찍혀 있는 곳 

수업 시간에 그렇게 가르쳤던 곳이다. 

"상상해 보거라. 엄마 아빠 공룡이 걷고 있고 그 사이 어린 공룡들이 엄마 아빠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좌우로 부산스럽게 장난치며 걷는 모습을..." 

지금 고성에 살고 있는 주민 수보다 더 많았을 공룡이 살던 곳... 

그 흔적이 발자국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강원도 고성, 제주도 고성이랑 혼동될 수 있지만 나름의 색깔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경상남도 고성... 

그곳에서 청년들은 낭만을 찾는 과정이 적힌 이야기이다. 


고성 

책에서 이곳을 가장 잘 표현했다 싶은 문장은 아래와 같다. 

'비가 내렸다 그쳤던 어느 날 퇴근길에 들려오는 개구리울음소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커다랬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아서 행여나 발끝에 차일까 걸음까지 멈추었다. 이 사실이 무척 이상했던 것은 내가 걷고 있었던 길이 이 지역에선 가장 번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길 한복판이었다.


이런 개구리울음소리 들리고 예전 살았던 공룡의 수보다 적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 

이곳 출신과 여기저기에서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청년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이야기인가... 살아가기 위해서... 


읽다 보면 대단하지 않다. 

지원금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공무원의 질문에서 알 수 있다. 

"영화 보는 모임인가요?" 

머뭇거리며 딱히 아니라고 답할 수 없는 작가님의 대답은 딱히 '지역 소멸'이란 단어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이들 역시 구체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나라도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지경에....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나온다. 

축제의 부스... 

우리가 여기 있다. 

여기 고성에도 청년이 있다. 

그리고 '환대'의 이야기, 즉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 사람이 된다. 는 사실에 주목하며 행정기관의 관심 범위가 이 지역 출신의 이 지역 거주자에게 좁다란 한계를 설정하는 것에 저항한다. 이곳에 온 모두에게 환대하고 그들에게 자리를 주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이곳에 모인 청년들이 즐길 문화가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 보자. '곁의 낭만을 찾자.'로 모이고 유지하려는 노력의 이야기이다. 


사랑하지만 관심과 소외 사이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곳이 되어버린 고향과 정주 공간에서 먹고사는 일 다음으로 중요한 가족 다음으로 중요한 지인이 되어 '교류 인구' '관계 인구'를 늘려 청년들이 이곳에 계속 살 용기를 심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모인 모임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시골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극복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작은 행동의 이야기는 밑에서부터의 변화, 풀뿌리와 같은 작지만 커다래질 수 있는 태동을 느끼게 한다. 

어수선하고 불안감이 가득한 요즘 '소멸'이란 단어 앞에서 더욱 주눅 들고 움츠러들 수 있었으나 각자의 방식으로 우뚝 서기 위한 행동이 기록된 책을 접한 것은 참 다행이라 생각된다. 


#하필낭만을선택한우리에게 #지역소멸 #관계인구 #환대 #교류인구 #책추천 #지역 #지역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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