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랑에 비추는 작고 연약한 순간
초록이 2023/08/0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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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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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07
- : 80,580
서툰 사랑....
하나같이 애쓰지만, 하나같이 서툰 이들의 몸짓이, 진심이..
미워하는 마음을 뚫고 나오는 그 연민이...
서로에게 희미한 빛을 비추는 그 작고 연약한 순간이
나와 내 곁에 있는 이들과 자꾸 겹쳐 눈물이 난다.
최은영의 힘은 여전했다.
때로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끝까지 밀어붙여
내 마음까지도 까발려진 듯하게 만드는 지독함,
여자라서, 비정규직이라서, 약해서, 너무 다정해서, 보호해 줄 어른이 없어서, 살림을 해서
'함부로 다뤄지는' 폭력을 드러내는 문제의식,
그럼에도 어떻게든 나와 너를 이해하려 애쓰고,
함부로 다뤄진 자기의 삶을 끝끝내 져버리지 않는 이들을 그려내는 온기.
이런 힘은 모든 작품에서 느껴졌지만
뒤에 세 편은 예전 작품들과 뭔가 다른데? 하며
조금은 낯설었다.
여러 작가의 작가 파기를 출간일 순으로 하다 보니
초기작은 주로 신인다운 패기, 거침없는 문제 제기,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 작품이 하나 둘 쌓일수록
점점 자신의 이야기에서 벗어나고,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는 느낌이 든다.
최은영 작가의 경우에도 초기작부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몫>, <일 년>까지는
작가 혹은 또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느껴지는지
작가의 목소리가 음성지원 될 때가 많았다.
용산 참사(<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가정 폭력과 미군의 기지촌 여성 살해 사건 등 여성 문제(<몫>),
비정규직 문제(<일 년>) 등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느낌도 참 좋았고...
그런데 <답신>, <파종>, <이모에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인간 최은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음성지원도 되지 않는다.
이제는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최은영을 또다시 기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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