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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님의 서재
  •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 10,800원 (10%600)
  • 2009-07-06
  • : 33,360

"나 한비야 선생님 책으로 내 마음 정리 좀 해 보려고 해" 

"무슨 책?" 

 "그건 사랑이었네. 읽어 봤어?" 

" '그게' 뭔데?" 

"?????" 

나는 한껏 부푼 마음으로 친구에게 선언을 했다. 말을 하지 않으면 길어야 작심하루가 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자칭 한비야 서적 팬이고 책을 읽으며 에너지를 듬뿍 받는 애독자였다. 그러나, 한비야 선생님의 책을 '별로 읽지는 않았다는' 친구가 나에게 '그건 사랑이었네' 의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이, 내 마음에게 편지를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서평을 쓰겠다는 결심을 낳았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서적이 출간된 이후 신간 서적을 기다리며 목말라하던 내가 '그건 사랑이었네' 를 발견했을 때, 나는 이 책을 '한비야 스페셜 에디션' 정도로 생각했었다. 말하자면 특별판, 음반도 기존 음반이 잘 되면 특별판을 내놓듯 이 책도(처음에는)그런 건 줄 알았다. 물론 나로서는 아무리 냉정하게 평가를 해도 별 네 개 반이다. 자신이 오랜 시간 진통하여 얻은 글도 시간이 지나 다시 살펴보면 아쉬움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만 제외하니 별 네 개 반. 솔직히 말한다면 이십 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맞이하는 나는 이 책을 읽고 힘을 많이 얻었다. '흔들리는 청춘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과 같은 진부하고 화려한 수식어에서 얻게 되는 힘도 아니고, 기존의 그녀가 쓴 책에서 얻을 수 있었던 에너지와도 달랐다. 순간의 성찰이 배어있는, 글에서 문득 문득 보이는 구절이 나에게는 그 책 단락의 전체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많이 울었다. 그 눈물 속에는, '아, 이렇게 대단한 사람도 말도 못할 어려운 순간이 있었구나' 라는 인간적인 깨달음과, 이십 대 특유의 고난을 오직 홀로 겪고 거쳐야 하는 나에게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의 메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어리기만 한 나에게 그녀는 삶의 경이로움을 전해주기도 하고(긴급 구호 활동을 하며 만난 인연과 경험 -수녀님의 콜택시), 새까만 진흙 속에서 움튼 새싹을 피워주기도 한다.(다히로 이야기) 담담한 기쁨이다. 그녀가 천주교 신자이기에 그녀의 삶엔 믿음이 자리하고 있는데, 종교인이든 아니든 삶 그 자체에 기쁨과 뻐근한 감정을 전달해 주기에 '이렇게 살아봤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살아야겠다' 라는 흔들리지 않는 다짐을 준다. 

'난 꿈을 이루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 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녀의 경험이 대신 대답을 준다. 그녀는 '빨리빨리' 가 삶의 표준인 한국 사회에서 5년 늦게 대학을 가고 30대 중반에 배낭여행을 떠났으며 꿈을 위해 외국어를 배웠다. 

나는 내 자신이 처한 현실이 너무 버겁고 힘겨워서, 밤에 별 구경하겠다고 밖에 나와 혼자 눈물 흘린 적이 많다. '내가 남보다 많이 늦는걸까?' '남들은 승승장구하는데, 내 상황은 왜 이런걸까?' 라는 생각에 괴로워하면, 일부러 이 책을 찾아 읽었다. '나도 해낸 걸 네가 왜 못하겠어? 살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나에게 준 질문이 이것이었기에. 그녀는 책을 통해 자기 자랑만 하거나, 질문만 주고 홀연히 떠나지 않는다. 나 이외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행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된 요인은 그녀 삶의 도전이 주는 용기와 고비와 소박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삶이 뭔가 특별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 특별한 것은 있다. 그건 사랑이었다. 이 제목은 중의적이면서 서로서로를 말해 준다. '그건' 사랑이었네라고 읽을 때와 그건 '사랑' 이었네. 

그녀의 삶이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이었고, 그 '삶' 이 바로 사랑이었다. 역사는 언제나 거시적인 관점으로 보아 왔고, 개인의 삶을 미시적으로 다루거나 역사로 볼 수 있는 시각이 없었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 삶이란 산의 굴곡에 비유될 정도로 단 하나의 역사가 되고 노트가 된다. 이 노트에 언제나 검정 펜을 썼다면, 그리고 한 장을 채워간다면 이제 장을 바꿔 다른 색깔의 펜으로 기록해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당신의 손이 인생의 역사를 쓰고 있다면, 나는 이 책이 그러한 역할로써 책장을 넘기고 색깔을 바꿀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모든 감상을, 그녀가 어느 방송에 출연했을 때 남겼던 메세지(그녀의 책에 수록되어 있다)로 대신하려고 한다. 

"벼랑에서 떨어져도 좋아요. 떨어지는 그 순간, 날개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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