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하우스와 단국인재아카데미가 함께 주최한 행사에서 읽겠다고 뽑은 책이었다. 고등학교 때 호주제 폐지 판결문으로 간단한 법 용어들과 헌법의 몇 조항들을 배웠던 것 말고는 법에 관련된 책을 읽기는 커녕 관심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게 된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에 법에 관해 알고 싶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분량도 얼마 되지 않는 헌법이 왜 우리나라 모든 법들의 근본인지, 헌법이 정의하는 우리나라의 모습들은 어떠한 모습들인지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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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구성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아주 간단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 때처럼 숨겨진 뜻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초등학교 참고서처럼 헌법의 조항이 나오며, 그에 대한 뜻 풀이와 저자들의 생각이 짧게 딸려나온다.
헌법의 조항들과 그에 따른 설명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왜 헌법이 '정해 놓은 대로' 우리나라가 '따르고 있지' 않을까? 헌법에 적혀 있는 모든 국민의 권리와 의무와 국가 기관들의 의무가 지켜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따지면, 현실과 헌법은 꽤나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헌법이(다른 법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법에서 정해놓았을 수도 있지만,) 더 강력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속된 말로는 빡세다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들의 의원의 겸직제한이다.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에서 국회의원 본인 소유의 재산을 활용한 임대업 등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빠른 정보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자신 소유의 토지나 건물을 활용한 임대업 등의 영리업무는 어떠한 형태로든 청렴의 의무를 져버릴 근거를 제공할 수도, 직무수행과 어떤 형태로든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즉, 원칙적 금지가 아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남겨둔 법을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아주 많기 때문에, 모호한 기준을 가진, 예외적인 허용을 둔 법들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윤석 의원의 경우, 17-19대 3대 대선을 하는 동안 재산이 41억 2800만원 늘었다는 것을 보라.)
마지막으로 헌법이 언제 왜 개헌되었는지에 대한 짧은 역사들을 풀어내는 데, 어떤 큰 사회적인 변화에 따른 요구가 생겨나면 헌법이 개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간 중간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이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고치지 않고, 다양한 구실들로 일부사람들에게만 유리한 헌법으로 고치려 노력한다는 사실이 더더욱 일반 국민들이 헌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국정농단이나 법관련 책을 읽는 독자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우리의 생활의 근반에 자리잡은 법, 그리고 그 법들의 뿌리 역할인 헌법이 정말로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헌법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 날이 곧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