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보다는 이순신?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기억난다. 그때 바다에서는 이순신의 모습을 비추어 주고, 육지에서는 류성룡과 조정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순신밖에 잘 모르던 나는 류성룡이 뭘 하고 있던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오직 주인공은 이순신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그때 이순신에만 집중해서 드라마를 보았듯, 임진왜란 당시에 대한 역사 인식도 이순신이라는 인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의 조선 상황, 류성룡 이라는 인물보다는 이순신의 업적만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내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5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깊은 나라였다. 임진왜란 당시 상황에 대한 인식도 비슷하다. 단지 이순신이라는 영웅을 가진 훌륭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펴 들었을 때 당황했다. 이미 썩을 대로 썩은 집 같아 무너져 내리기 만을 기다리는 나라, 왕 조차 버리려 했던 나라, 군인들이 무기가 없고 도망치기 바쁜 '도망군'의 나라. 이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대한 수식어의 일부였으니 말이다.
왕조차 국가에 대한 주인 의식이 없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왕과 신하들의 생각이었다. 신하들은 조선을 내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명나라 만을 생각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중국 인물을 공부하고, 중국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큰 뜻이었다. 왕은 더 나아가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조선을 완전히 버리는 길을 주장한다. 의병이 곳곳에서 일어나려는 마당에 명에 내부 하자고 주장하는 왕의 모습은 상식적으로 받아드리기가 어렵다.
징비록을 통한 경고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당시 시대 상황을 다각도로 이야기하려 애쓴 흔적 때문이다. 특히 그 당시의 정치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상태, 류성룡을 비롯한 신하들의 상소문을 통해서 한 사건을 분석했다. 이렇게 상세한 분석은 이 때를 기억해야 한다는 저자의 간절함이 묻어 나는 것 같다. 이순신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류성룡의 징비록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본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선조들을 생각하며,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려웠던 조선의 역사를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항상 현재에만 관심을 가졌던 내게 과거 인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