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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n628님의 서재
  •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
  • 김태형
  • 11,700원 (10%650)
  • 2012-11-30
  • : 172

  그리스에서 이탈리아까지, 버스를 타고 18시간을 이동한 적이 있다. 국경을 넘은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해거름에 묻혔다. 취침 시각이 되자 기사는 실내등을 껐다. 보이는 것은 오직 푸르스름한 하늘빛과 간간히 있는 주택들, 그리고 숲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숲은 계속해 이어졌다. 마치 영원과도 같았던 그 순간의 푸른빛을 보고 내가 느꼈던 것은 지독한 외로움, 그것이었다. 터키 궁전 밑으로 떨어지는 해를 볼 때나, 시골 어느 기차역에 내려앉은 노을을 볼 때. 그런 외로움은 더러 찾아왔다. 오직 풍경과 나만 존재하는 느낌. 어쩌면 지독한 외로움은 지독한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풍경을 다 담기에는 나의 존재가 너무 벅차게 느껴져서. 이런 벅참을 느끼는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 그리 사무치게 외롭고 하릴없이 고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순간의 절경 앞에는 깊은 상실감에 사로잡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자가 우두커니 서 있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환각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슬픔을 나는 마주하려고 했다.

...

아름다움을 따라가는 것이 일생이라면, 그 일생이 비로소 아름다움이라면 내가 이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자신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 책 속에서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오랜만에 외로웠다. 페이지마다 펼쳐진 풍경은 너무나 광활했다. 차마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세계가 거기에 담겨 있었다. 그것은 여행인 동시에 고백이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은 고독해지기에, 무언가를 물을 곳도, 대답할 곳도 결국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서 가장 멀리 뒤돌아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여행이었다.

 

 

 

 

"사라진다는 것은 매혹된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 매혹은 오직 그 순간에 삶을 변화시킨다. 건너가지 않아도 이미 다른 세계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여행이라고 누군가 말했으리라.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다른 삶을 꿈꾸어 본 적이 없다. 다른 삶이란 저 너머에 있지 않다. 나는 이곳에 있다. 나는 매혹되는 자다. 이곳에서 꿈꾸는 자다." - 책 속에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나와 맞닿는 여행.

외로워지기가 힘든 세상 속에서, 늘 해야 할 일들과 응답해야 할 메시지에 둘러싸여 있는 당신이라면, 권한다. 외로워지기를. 그리하여 힘껏 자기 자신과 마주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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