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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의 서재
  • 우리는 도시가 된다
  • N. K. 제미신
  • 17,100원 (10%950)
  • 2022-04-15
  • : 352
어떤 독자들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하는 장면에 너무나 장엄하면서도 최신의 윤리가 담긴 의미 부여를 공들여 해준다는 사실이 심장 뛰게 만든다.

우리는 도시가 된다는 다섯번째 계절 보다 우리에게 좀 덜 낯설게 느껴진다. 배경이 뉴욕이니까. 거기 등장하는 괴물들도 다섯번째 계절의 스톤이터 처럼 신기한 애들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박해받는 것 처럼 보이는 흑인 게이 소년이 사실 그 도시 자체로부터는 보호받고 있다면? 그가 도시를 수족처럼 조종하고 아니 사실 그 도시 자체라면? 그리고 흔히 뉴욕하면 떠올리는 화이트 칼라들, 성공한 이민자들이 아니라 경찰들에게 끊임없이 쫓기고 하룻밤 잘 곳 조차 찾기 힘든 떠돌이 젊은이가 그 도시의 수호자라면.

제미신은 다계절 때 보다 더 대담하게, '바로 지금' 이곳에 있는,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박해받는 존재가 사실 우리의 도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길 서슴치 않는다. 다계절에서 모래알처럼 흩어져 여기 저기 분배되어 본래의 형태를 희미하게 만들었던 인종, 성별, 성적지향성을 이 소설에서는 조금도 얼버무리지 않는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의문이면서도 아쉬운 점은, 이 소설에서 잉태되고 출산되는 수준에 이른 도시들이 하나 같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유럽(혹은 미국)인들이 땅을 약탈하고 원주민들을 비주류로 몰아내는 계약을 맺음으로써 탄생한 (도시가 아닌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도시들이 아시아엔 없어서 라고 하기엔 작가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에 좀 어긋나지 않나? 이 소설에서 출산되는 도시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니 상관없다고 하기엔 '도시' 와 그 도시의 화신이 너무 멋진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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