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아, 물렀거라!], 진시하 그리고 씀, 키위북스.
연일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추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진시하 작가가 이태리 장인 마냥 한 땀 한 땀 정성껏 그린 듯한 펜화 그림책,[동장군아, 물렀거라!]
이 책은 처음엔 ‘어?’ 하다가 두 번째는 ‘아~’ 하다가 ‘오~ 와~^^’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처음엔 그냥 추위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어? 궁궐이 나오고, 여러 십이지신상 동물들이 나오네~ 했다가,
아궁이? 온돌 이야기를 하려나? 싶다가,
오~~ 와^^ 이게 이렇게 연결되네. 작가님 천재신데 하게 하는 책이라는 말이다.
스토리에만 탐복하게 되는 게 아니라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 AI 시대에 작가님이 보여주시는 정성에 탐복하게 된다.
숯검댕 표현은 <이웃집 토토로>의 숯검댕을 떠올리게 하긴 하지만,
뭐 달리 숯검댕을 무엇으로 표현하랴 싶으니 넘어가게 된다.
대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아궁이에서 온돌을 거쳐 굴뚝으로 나가는 그 과정을
이렇게 해학적으로 알려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재아궁이, 불고개, 부넘기, 바람막이, 개자리, 연도, 굴뚝개자리 같이 모르던 단어들도
자연스레 알려주니 지식 그림책이라 해도 될 정도다.
작가가 이 책을 쓴 계기가 책 말미에 나오는 데,
어느 겨울밤 경복궁에서 만난 닫힌 아궁이와 연기를 피워 올리지 않는 굴뚝을 만나면서
방을 데우고, 굴뚝에 연기를 피워 올리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라고 한다.
붉은 기운 하나 없는 흑백의 펜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따스해지는 것이 작가의 의도가 성공한 게 아닌 가 싶다.
죽은 듯, 얼어붙은 듯한 이 세상이지만 이 책이 피워 올린 굴뚝의 연기로 인해 조금은 따스해지지 않을까 싶다.
연일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매서운 날씨,
경제도 꽁꽁 얼어붙고,
뉴스에서는 사람들 마음까지 얼어붙게 하는 이야기로 도배 되고 있다.
친정 큰 댁에 가면 아직도 아궁이를 떼는 시골집 그대로 해 놓고, 사신다.
어린 시절에는 큰 집 동네가 모두 그런 집들이었는데,
이제 주변 모두가 서양식으로 집을 개조하여 아궁이를 떼는 집은 동네에서 유일하다.
어르신들은 다 돌아가셨지만, 자녀분들이 돌아가며 집을 유지, 보수 중이시다.
언젠가는 허물어질지도 모르나 그 집만은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떼어지는 아궁이가, 굴뚝의 연기가 그 동네를, 그 지역을, 이 세상을 따스하게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책에서 처럼.
#제이그림책포럼 서평단에 뽑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진심 재미나게 읽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