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그림자의 뒤편)리뷰
답십리 사냥꾼 2018/08/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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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리
- 누마타 신스케
- 10,620원 (10%↓
590) - 2018-04-30
: 327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는 모든 상실의 형태에, 히아사는 순순히 반응하고는 일일이 감동했다. 그것이 일종의 장대한 사물에 한정되는 점이 나는 좋았다. 화재 하나만 보더라도, 한 두 채의 집을 전소시킬 만한 화재에는 냉담하리만큼 무관심했지만 수백 헥타르의 땅을 다 태워버리는 대규모 산불이라도 날라치면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불길이 잡혔다는 소식이 발표되면 화재 현장을 보러 차로 달려갔다. 어떤 일에 대해 공감이 아닌 감명을 받는 그런 신경을 지닌 사람인 거라고, 나는 내심 단정하며 재미있어했다.
_p.12
-빨래를 마치고 물을 잠갔는데 귓속에서 물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계곡의 시냇물 소리처럼 점점 퍼지며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한다. 이것도 일종의 금단 증상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_p.18
-자신의 몸과 지역의 냄새가 융화되지 못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어설프게 값싸고 속물적인 분위기가 떠도는 거실에서 편하게 쉴 기분이 나지 않았다. _p.52
-'다음 사람'과의 관게에는 조금 배려가 필요했다.
재앙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가.
폭염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기사에서는 폭우, 지진 등 크나큰 자연 재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보다 감정적으로 개인의 아픔을 받아들이지만, 폭염과 같은 재해에 관해서는 반대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폭염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지진, 쓰나미 등과 비교했을 때 적은 수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상 폭염이나 한파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은 그 계층이 정해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약하고 가난한, 늙은 사람들이 주 계층이다. 그들은 무더움 속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우리는 폭염 속에서 살고있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죽음에 관해서 큰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개인의 삶을, 개인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던 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지진이 일상화된 삶이란,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일상 속에서 살아가면, 사실상 붕괴에 도취하는 경향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장대한 사물이 붕괴할 때, 인간은 허탈함을 느끼지만, 이로 인해 느껴지는 감정은 특이하게도 공감이 아닌 감명을 받는다는 것이다. 재앙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 결국은 개인들의 피해가 모여 재앙이 되는 것이라지만, 하나의 감명의 요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는 삶이란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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