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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님의 서재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 9,720원 (10%540)
  • 2025-03-26
  • : 1,302
무언가를 만나는 시점은 따로 있다.
자신에게 중요하고 인상적일수록 그런 순간은 더더욱 오래 자취를 감추다 뒤늦게야 등장한다. 아마도 그것은 너무 늦어버린 일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따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것을 처음 만남과 동시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더없이 강렬하고 순수한 형태로 다가온다.

그 주체가 사람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우리가 무언가에 빠질 때에는 분명한 주체가 그 안에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에 빠져들 수 있다. 혹은 자신이 열망하는 것이 그 안에 있기에 가능해진다. 그 열망은 구체적이기보다 추상적이어서 출구를 쉬이 찾을 수 없게 관념을 이끈다.

그리고 출구가 보이는 지점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다시 발길을 옮겨 계속된 시작을 맛본다. 끝없이 재생되는 자신 안의 소리가 계속되기를 염원하며,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무언가를 추종하는 것의 이점일 것이다. 우리는 추종함으로써 자신만의 행복을 스스로 써 내려간다. 끔찍하게도 모든 것이 양면의 동전과도 같듯, 추종 또한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다. 악한 추종은 그것 자체로 공포스럽지만, 선하다고 하여 그 안에 악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악하다고 하여 그 안에 선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또한 동시에 진실일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예술은 무용하기에 가치가 있다.
그의 말은 냉소라기보다 사실에 가깝다. 예술의 쓸모가 실용적인 면으로 두드러진다면, 그만큼 예술의 본래 기능은 축소될 것이다. 인테리어에 걸맞은 그림을 찾아 누군가에게 선보일 요량으로 그림을 건다면, 그림은 소품의 기능으로 전락할 것이다. 예술은 어딘가에 어울릴 무엇이 아니라 그 자체로 특수해야 하고, 무언가에 어울리지 않을수록 오히려 더 예술다울 수 있다. 다르다는 것에서 오는 감각이 개개인의 내적 감흥과 어우러질 때, 우리는 그것을 예술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오래 머무르려 하기 때문이다. 단지 인테리어에 어울릴 용도라면 벽면에 거는 것이 그림이 아니라도 충분할 것이다.

그 시대의 이단아처럼 한 사회에서 다분히 눈에 띄는 누군가가 지금 시대라고 해서 일반적일 리는 없다. 그의 문학이 그때보다 지금 더 인정받는다고 해서 우리가 그를 더 잘 이해한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그를 완전히 알지 못하기에, 그의 글에서 어떤 신선함과 기민하고 명료하면서도 환상적인 베일 같은 무수한 매력을 감각하고, 그것을 예술로 받아들이며 가치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의 글이 없어도 우리는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의 글이 없는 것보다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세상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우리가 소설을 읽고 그것에 빠져들어 그 시대를 살아보고, 누군가의 독창적인 세계를 문장 속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문학과 예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강렬한 쾌락일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라는 이름 아래 그의 책을 펼쳐 들면, 나의 기대는 한없이 커진다. 그곳에 어떠한 생각과 감각, 감정이 깃들지 예상할 수 없다는 큰 기쁨이 있다. 그리고 그 설렘은 바질이 도리언을 그리기 시작할 때와, 헨리 경이 도리언과 처음 대화를 나눌 때, 그리고 도리언이 시빌의 연기를 처음 마주했을 때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예술은 끝내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도리언그레이의초상 #오스카와일드 #고전문학 #장편소설 #서평

*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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