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그 절대성..
유주 2008/02/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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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잔가지들이 현처럼 늘어서 있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지휘자가
침묵으로 지휘봉을 대신하며 차갑고 흰 바람이 노래하는 곳
그곳은 얼음나무 숲
나뭇잎이 없는 하얀 나무로 이루어진 얼어붙어있는 숲. 표지가 너무도 매혹적이어서 얼음나무 숲이라는 이 작품의 제목이 신비해서 나는 이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은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며 매우 재미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또한 에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천재와 천재들의 이야기. 에단 안에있는 환상적인 얼음나무 숲이 숨이 막히게 다가온다.
신들린 듯한 연주를 보여주는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바옐. 바옐의 단하나의 청중이 되길 바랬던 또한명의 천재 고요 드 모르페. 고요는 바옐이 그토록이나 원하고 원했던 바옐의 음악을 이해하는 단 하나의 청중이 되고 싶었지만 자신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고요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바로 바옐의 음악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감동했던 청중. (바옐이 찾아 헤맸던)
고요는 바옐의 천재성에 존경심과 경외감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천재성에 대해서는 잘못 이해하고 있다. 고요 또한 천재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으며 그의 음악에는 바옐에게는 없는 순수함이 있었지만 그는 천재 음악가로 남기 보다는 바옐의 친구로 남기를 원했고 그렇게 되었다.
또한 이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옐이 연주했던 악기 "여명" 이다. 여명은 장인의 혼으로 담아 만들어진 저주받은 악기 였으며 "여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고 말았다. 바옐은 여명을 통해서 또다른, 도저히 언어로는 묘사할 수 없는 음악을 만들어 냈으며 그의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들을 혼란과 환희로 빠뜨렸다.
작가는 음악을 글로 풀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녀가 풀어낸 글은 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만큼 묘사는 아름다웠다.
-바옐은 C부터 B까지 차례대로 소리를 내었다. 그때마다 여명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진한 음색을 토해 냈다. 마치 그동안 잠들어 있던 음을 깨우는 듯한 그 행동이 끝나자, 바옐은 곧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몹시 감미로운 선율이 내 귀와 심장을 뒤흔들었다. 언젠가부터 눈물이 줄줄 흘렀고, 나는 이 악마적으로 아름다운 선율에 귀를 틀어막고 싶은 기분과 죽을 때까지 듣고 싶다는 기분을 동시에 느꼈다. 말도 안 되는 감정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는 거짓과 진실이 뒤섞이고 현실과 죽음의 경계마저 모호했다. 따라서 모순마저도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현 두 개가 없는 채로 계속되는 기이하고 반복적인 음색. 다시 참을 수 없는 절정에 달한 음에서 또 하나의 현이 끊어지고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탕!
그것은, 그것 자체로 음악이었다. 기괴하고, 충격적이고, 파괴적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음악을 소재로 씌여졌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에 미쳐서(?)사는 사람이라서 음악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나 만화 등을 즐겨 보는데 음악을 소재로한 이 작품이 꽤나 좋았다. 이 모든 것을 작가는 매우 기이하고 격정적인 환상으로 써내려갔다. 얼음나무 숲이 주는 몽환과 이세상 것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과 비극성. 그 숲에서 들려오는, 사람을 홀리게하는 숨막히는 음율, 선율. 이 소설에서 얼음나무 숲이라는 공간이 주는 메리트도 상당할 듯 싶다. 작가가 묘사하는 그 공간은 너무 아름다워서 그곳에 직접가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을 정도니까.
또한 이 소설에는 중요한 한명의 인물이 더 있는데 바옐과 고요의 절친한 친구 너무나도 매력적인 인물 트리스탄이다. 그는 아름다운 외모와 성품을 가져서 사교계의 중심인물이 된다. 바옐과 고요와 트리스탄의 삼각관계에서 나오는 서로에 대한 질투또한 이 작품의 쏠쏠한 재미이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엔딩이었다. 반전이 반전처럼 와닿지 않았고 (이게 무슨반전이란 말인가..!) 바옐의 음악을 들으러
광기를 품고 집단적으로 좀비처럼 몰려드는 사람들이 나올때는 뭔가 좀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즉 이 작품의 끝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한번 읽게 된다면 생각이 바뀔 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읽게된다면 스토리 보다는 문체에 집중을 해서 읽고 싶은 생각이다.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서 심각한 생각을 해보았다. 하나의 음악이 사람의 혼을 가져갈 수 있는가..? 사람의 혼을 빼앗을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음악은 가졌는가..?음악 없이는 살 수 없는가..?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음악의 절대적인 힘을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음악은 놀랍고 굉장한 것이다. 음악에 미쳐살았던 바옐과 고요의 끝도없는 고독과 고뇌와 광기와 열정에 대해서 한동안 생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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