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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노시스의 서재

나나난 키리코의 작품은 "블루" 이후 두번째 이고, "블루" 처럼 담담한듯 하면서 슬프다. 또한 이 만화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그림체..깔끔하고 건조하고 약간은 창백한 이 그림체는 따로 클라이막스가 없는 이 작품의 내용과 닮아 있다. 극적이지 않고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 또한 인물들의 패션은 화려하지 않고 청바지와 티셔츠가 전부인데 이 모든 것이 매우 잘 어울린다.

사랑이란건 결국 상대보다 자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츠치다는 현재 사귀고 있는 (동거하고 있는) 연인이 있고 스스로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전에 만나고 헤어졌던 하기오와 우연히 재회하게되자 쉽게 마음이 흔들린다. 세이보다는 하기오를 택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결국 그녀가 소중하다고 생각한 세이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 였나...? 츠치다가 과연 하기오를 사랑한 것일까..? 하기오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사랑의 마음이라기 보다는 미련이나, 잊지못하고 살았던 자신의 과거의 한부분을 되돌리고 싶어하는마음 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즉, 하기오를 사랑했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고 그것을 하기오를 다시 만난 지금에서야 보상받고 싶어하는 심리. 물론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우습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하기오를 향한 츠지다의 마음이 사랑으로 전혀 여기지지 않으니....

결국 츠치다는 후회 했다. 잃어버리고 나야 비로소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어리석음. 세이와 헤어진 후 비로소 츠지다는 세이의 진가를 깨닫기 시작하고 울게 된다. 왜 그녀는 몰랐던 걸까..? 하기오는 츠치다를 그저 흥미거리 위주로 대했고 세이는 진심을 다해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이 만화에서 가장 이기적인 인물은 하기오가 아닐까 싶다. 그는 지독히도 자신만을 사랑한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여자에게 의지하고 물질적으로 기댄채 살아가는데 작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하기오는 여자에게 물질적으로 의지하며 사는 것에 조금의 죄책감도 없고 도리어 상대를 경멸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이다. 세이도 츠치다에게 의지 한채 살기는 하지만 츠치다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술집에 나간다는 사실 알고 난 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는 츠치다에게 기대며 살아온 자신을 반성하고 그녀에게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하며 이별을 고한다.

나나난 키리코의 작품을 좋아하는 건 여백의 미를 살린 담담하고 특이한 그림체와 바로 일상을 책으로 옮겨온 것 같은 내용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또한 만화에서 느껴지는 그녀만의 분위기가 매우 좋다. 특별히 슬픈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조용히 슬픔에 빠지게 만들어 주는데, 격렬한 슬픔보다 더 슬프게 느껴진다.

일상에 대한 매우 뛰어난 묘사.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역, 창문을 열여놓고 베란다에 앉아 담배를 피는 모습. 주변 풍경들을 굉장히 잘 그렸다. 현실적이면서도 예뻤다. (좀 독특하게..!)

사람들은 항상 실수를 하고 살고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사람을 잃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하지만 역시 과오를 저지르고 그래서 또 후회하게 되겠지..)

좋은세상에서 계속 나오게될 키리코 나나난의 다른 작품들을 기대하고 있다! 모두 사서 봐야지 ^^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은 세상에 넘쳐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부서지기 쉽고 "기적"이 없으면 지키기 어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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