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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노시스의 서재
예전에 공포소설을 즐겨읽었던 때가 있었다. 가령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라던가, 마지막 해커라던가, 링시리즈 같은 것. 링을 읽고 나서는 상당한 기간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극도의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그와 동시에 쾌감과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공포물을 좋아했었다. 특히 링은 반전이 너무나도 압권이라서 (그런식의 이야기는 지금 널렸지만 그당시에는 그런 반전은 처음 접해서 나에게는 대단했었다.) 특히 너무나도 예쁜 (여자이면서 남자인) 야마무라 사다코라는 인물은 무섭기도 했지만 어떤면에서는 매혹적이었다. 

어떤분의 글을 읽고나서 흥미가 생겨 이 책을 읽게되었는데 귀신이라던가 초자연적인 것의 공포는 아니고, 지금을 살아가는 일상안의 공포이다. 솔직히 말하면 재밌는 단편보다는 재미없는 단편이 훨씬 더 많았지만 몇편의 단편은 꽤 괜찮았다.
특히 "이프"의 이종호씨가 쓴 "아내의 남자"는 정말 대단했다. 나름대로 음..이렇게 진행될거야. 상상을 해가며 읽었는데 예상외의 결론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정말 순간적으로 굉장히 놀라서 눈물을 글썽였다. (요즘들어서 이상한 버릇이 생겼는데 무언가 굉장히 놀라게 되면 (감동이나 슬픔이 아닌) 눈물이 나온다.) 인간의 내재되어 있는 억압에 대한 비정상적인 표출. 광기어린 집착으로 나와 상대 모두가 파멸해가는 비극.
이 시대의 끔찍한 교통지옥으로 인해 인간이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광기를 다룬 "일방통행" 은 마지막 장면이 잔인했지만 그다지 끌리지 않았고, '은둔'은 묘사가 굉장히 어두웠고 우울했기에 그러한 분위기에 공포를 느꼈던 것 같다. 가장 무서운 공포는 아무래도 지독한 고립과 고독이 아닐까? 엄청나게 잔인하고 유혈이 낭자하는 하드고어적인 "들개" 개인적으로 잔인한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주인공에게 알수없는 동정심이 생겼었다. "흉포한 입" 는 작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던 작품. 입에 대한 것이 나오는데 징그러웠다.;;;"모텔 탈출기" 는 코믹 잔혹극 같은데 반전이 너무나도 유쾌했고 허탈했달까? 완벽한 범죄를 저지르려하는 주인공의 천진스러움이 웃기기도 했다. "상자"의 내용은 굉장히 심할정도로 기괴하다. 특히 마지막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상상력이 마음에 들었던 단편. "하등인간"은 어떤 존재에 의해 지배당하게 되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피지배자로서 엄격하게 통제받고 존엄성을 잃게된다. 우울한 디스토피아. (전쟁의 제국주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해주는)
마지막 단편 "깊고 푸른 공허함"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괴물)으로 인해 파멸해 가는 이야기 (의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괜찮은 작품이 몇편있어서 재미있었지만 잔인한 장면이 좀 많아서 거북스러웠다. (잔인한거 별로 안좋아함;;;)
귀신이 나오는 공포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같다. 일상에 대한 공포라서 약간은 현실성이 더 있달까..
무엇보다 가장 두렵고 무서운 존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인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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