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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노시스의 서재
  • 삶과 운명 1
  • 바실리 그로스만
  • 15,750원 (10%870)
  • 2024-06-28
  • : 2,193
살아있는 모든 것은 고유하나 전쟁의 폭력이 그 고유성을 지워버린다. 전쟁전에 구가했던 각각의 소중한 일상이 있지만 전쟁은 그들을 비슷한 운명으로 내몰라 비극적으로 만든다. 전쟁 수감자들은 전쟁전의 과거를 한없이 아름답게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 한다.

전쟁을 벌이는 인간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신이 존재할까 의구심이 든다. 신이 있다면 이 끔찍한 모습들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인물들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하다고 토론을 한다.

전쟁을 겪는 이들은 과연 당장 내일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공포에 떤다. 그런 공포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다른사람들과 따뜻한 소통을 한다. 수프를 먹고 신발을 고치고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들을 나눈다. 전시의 긴장상태를 견디게 하는 것은 오로지 내면의 고요와 평온 뿐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평온하고 깊은 내면을 지니지 못하면 전쟁을 오래 견디지 못한다고.

전쟁의 폭력, 비극, 인간성의 상실 속에서도 자신보다 타인을 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인간의 존엄에 대해 상기하게 된다. 모든 것을 동지에게 내어주고 겨울에는 외투도 벗어주고 빵조각까지 건네주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

전시 상황에서는 사소한 일들 조차 할 수 없어서 전쟁을 겪는 사람들은 일상의 작은 일들을 무엇보다 갈망하게 된다. 이를 죽이는 것과, 화물칸 틈새로 가서 숨을 쉬는 것. 소변을 보는 것, 한쪽 발이라도 씻는 것. 물을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는 것. 이런 쉬운일들조차 어렵게 만드는 끔찍한 전쟁.

이 작품은 읽는 것이 매우 어렵고 힘들었지만 일단 집중을 하기 시작하니 흡입력있게 빠져들어 갔다. 기자 였단 바실리 그로스만은 전쟁의 참상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해서 전쟁의 구체적인 모습에 마음이 아팠고 끔찍했다. 특히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자신은 비극속으로 들어가고 있으면서도 아들에 대한 안녕과 사랑은 너무 절절해서 마음을 뭉클해서 만들었고 인간 영혼의 위대함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그 편지는 대단했다. 편지를 반복해서 읽고 싶을 정도였다.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 인간의 인간성 상실. 반면에 인간의 위대함을전쟁을 통해서 본다.

인상적인 구절

-난 그저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 내게도 일어나겠구나 하는 마음이었어. 처음에 너를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사실이 경악스럽고 단 한번만이라도 너를 만나 네 이마와 눈에 키스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지만, 곧 네가 안전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나.

-나를 불평할 수 없게 하는 사람들, 나보다 훨씬 더 끔찍한 처지에 놓은 사람들이 얼마나 진정으로 나를 위로하는지 모른다. 종종 그런 생각이 들어. 내가 환자들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고, 민중이라는 좋은 의사가 내 영혼을 치유한다고 말이야. 치료에 대한 보답으로 그들이 내어주는 빵 한조각, 작은 양파 한뿌리, 강낭콩 한줌이 내겐더없는 감동을 준단다.

-수백만년의 진화를 통해 지금의 인간이 되었음에도, 다시금 더럽고 불행하고 이름도 자유도 없는 짐승으로 돌아가기까지 단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소피야 오시쁘브나로서는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파시즘은 수천만의 인간을 말살했다.

-인간들이 다양할 권리, 독특할 권리, 이 세상에서 각장 제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살 권리를 쟁취하는 것.

-까짜에게 진정 놀라웠던 것은, 인간 영혼의 세계가 얼마나 거대한지 그 앞에서는 심지어 눈앞의 전쟁마저 뒤로 물러난다는 사실이었다.


-체호프는 말했네. 신은 좀 비켜서 있으라고, 소위 위대한 진보적 사상들도 좀 비켜서 있으라고, 인간으로부터 시작하자고, 인간에게 친절하고 주의를 기울이자고, 그 인간이 누구든,
인간을 존중하고 불쌍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하자고.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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