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misha님의 서재
  •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
  • 김기현
  • 13,500원 (10%750)
  • 2019-11-29
  • : 3,296

1.

1979년 The Buggles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유일무이한 히트 곡을 이 세상에 내놨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곡이었다. 영상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Mtv 개국방송에 이 곡이 쓰였다. 이제 소리로 듣는 시대는 지나고, 보는 시대로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은 생각했다.

 

21세기 영상 문화의 아이콘은 단연 ‘유튜브’다 요즘 초딩들은 텔레비전을 안보고 유튜브를 본다. 초딩 뿐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국민 모두가 하루 종일 스마트 폰을 통해 무엇인가를 열심히 시청한다. 사람들은 감각적인 것에 길들여져 버렸다. 스마트폰의 발전과 보급은 이런 감각적인 문화에 기름을 부었다. 이로 인해 ‘보는 문화’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고, 유튜브는 바로 그 정점에 있다.

 

이런 영상문화의 발전은 종교에 직격탄을 날렸다. 고등 종교는 모두 ‘경전’을 가지고 있다. ‘경전’은 신자들이 읽어야 그 가치를 발한다. 그러나 ‘영상’에 익숙해진 사람들, ‘감각적인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텍스트를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청소년, 청년세대들이 그러하다. 짧은 단문의 카톡으로 피상적인 말들을 보내고 받는데 익숙한 이들에게 엄청난 두께에다, 재미까지 없는 종교의 경전은 기피대상이다.

 

특히 성경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다. 그리스도교만큼 성경읽기를 강조하는 종교는 없을 것이다. 수십 종의 큐티잡지가 출간되고, 매년 통독을 강조한다.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단에서 외친다. 그러나 성경을 읽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읽지도 않는데 깊이 읽기인 ‘묵상’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2.

김기현 목사의 신작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은 고전적인 방법의 새로운 변주를 사람들에게 제시한다. 시중에 나온 수많은 묵상에 관한 책들은 거의 다 내용이 거기가 거기다. 묵상에 관한 거의 정형적인 규칙인 ‘기도-읽기-묵상-적용-기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완전히 새로운 방법은 아니지만, 묵상을 전혀 다른 깊이로 인도한다.

 

이 책의 요지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기 ‘하가’이다. 저자는 ‘묵상’의 원뜻을 파고들었다. 일반적으로 묵상은 깊이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저자는 이 상식을 뒤집는다. 묵상은 ‘반복해서 읽기’라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해서 지나갔던 묵상의 원어 ‘하가’의 의미를 발굴해 내었다. 무엇인가를 억지로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읽음으로 그 뜻을 스며들게 한다.

 

개신교가 잃어버렸던 전통 중 하나인 ‘렉시오 디비나’의 ‘성독’이라는 고전적인 전통을 소개함과 동시에 동양적 공부법을 접목하여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이를 통해 혼자 생각하는 것의 한계를 벗어난 ‘듣기’의 영역으로 이끈다. 말씀은 결국 절대자의 음성을 ‘경청’하는 행위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마른 걸레를 쥐어짜듯 억지로 묵상하고 뻔 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나의 외부에서 다가오는 말씀의 새로운 깨달음으로 인도한다.

 

둘째는 ‘말씀 안에 머물기’이다. 저자는 과감하게 ‘적용’을 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사람들은 아마 화들짝 놀랄 것이다. 묵상의 꽃은 적용이라고 다들 배웠는데, 적용을 위해서 묵상을 하는데 하지 말라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적용이야말로 묵상의 적이 될 수도 있다. 기독교 전통 묵상 방법인 렉시오 디비나에는 적용이 없다. 적용은 근대 문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야 하는 문화와 시각적인 영상 문화의 결합 속에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내야 하는 조급함이 성경 묵상에 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저자는 그저 반복해서 말씀을 읽음으로 그 안에 머물기를 요청한다. 여러 가지 참신한 방법으로 하루 종일 말씀 속에 머물러 있기를 제안함으로 말씀의 깊은 곳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뻔하고 반복되는 피상적인 적용 속에 묵상하는 사람 스스로 지치게 되어 묵상을 포기하는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적용은 스스로를 변화로 이끌지도 못한다. 진짜 적용은 말씀안에 머물며, 말씀에 푹 잠길 때 시나브로 일어나는 삶의 변화이다.

 

3.

비디오는 라디오스타를 죽였다고 노래했지만, 결론적으로 틀렸다. 비디오가 흥왕했지만, 라디오 역시 여전히 살아 있다. 기존의 라디오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라디오의 유튜브 방송등 다양한 방법으로 듣기는 진화하고 있고, 보기와 듣기의 콜라보가 일어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튜브는 성경을 죽일 수 없다.

 

분명 유튜브로 대변되는 감각적이고 보기로 대변되는 문화속에 종교는 쇠퇴되고 있고, 특히 기독교는 더욱 가파른 내리막길 속에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대한 말씀 묵상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기독교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감각적이고 시각적인 것만 찾는 것이 아니다. 이런 가벼움에 대한 저항으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깊이를 찾고 있다. 영적인 무엇인가를 목말라 한다. 본서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욕망에 대한 대답이다. 해변에만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깊은 바다로 항해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럼에도 이 책의 자그마한 단점이 있다. 첫째로, 동어반복이다. 위의 두 가지 주제가 책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중요한 주제이기에 반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금 줄였으면 더 좋을 뻔했다. 둘째로, 워크북의 필요성이다. 이 책의 방법대로 묵상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워크북이 필요하다. 막상 따라하려면 막막한 부분도 있기에 워크북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가벼움의 세상 속에 깊이를 추구하는 신자들이라면 이 책을 찾고 읽게 될 것이다. 말씀에 목말랐던 신자들에게 이 책은 반가운 단비와 같다. 구하고 찾는 자에게 ‘톨레 레게, 톨레 레게’라는 음성을 이 책이 대신하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