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덴마크에 관심이 많았다.
청각장애 등급을 받고 어릴 적부터 보청기를 착용했었는데, 그 보청기를 만든 나라가 바로 덴마크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덴마크는 장애인 관련 보장구나 관련 법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종종 해외에서 사는 장애인 분 말에 의하면 한국은 해외의 장애인 지원보다 매우 협소해서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한다. 나도 한국에서 장애인으로서 사는 것은 매우 힘들게 느낀다. 일하는 데에 듣는 것은 전혀 상관없는 직무에 지원을 해도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서류심사부터 떨어지거나 전화로 문의를 해도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혹은 장애인을 특별히 뽑는다 해도 급여가 너무 적다. 한때 한국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서 진지하게 다른 나라는 물론 특히 덴마크 이민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덴마크에 사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덴마크의 단점도 많음을 알게 되어서 이민의 생각을 살포시 접었다. 또한 이민 과정도 생각보다 까다로웠고 시민권을 따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우연히 덴마크 사람들처럼이란 책을 알게 되어 덴마크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의 첫페이지를 펼쳐본다. 첫 장부터 저자의 덴마크 예찬이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가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공평한지 덴마크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덴마크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솔직히 언급한다. 덴마크는 그 어느 다른 나라보다 굉장히 많은 세금을 떼기로 유명하다. 무려 48.1퍼센트다. 그런데도 덴마크 사람들이 불만을 내뱉을 법도 한데, 오히려 자신은 세금으로 학교를 무료로 나오고, 각종 복지혜택을 받으니 뿌듯한 마음으로 내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교도 무료로 나오게 해주다니 어마어마한 대학 등록금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졸 학력이 된 나로서는 정말 부러울 따름이었다.(물론 국민들의 어마무시한 세금으로 충당하고 졸업 후 소득을 얻게 되면 나도 그 무시무시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붙지만)
또 덴마크인들은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많이 탄다고 한다. 현지에 사는 분의 이야기에 의하면 덴마크인 일부 몇명은 자동차를 타고 싶은데 그러기엔 자동차세가 너무 비싸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웃지 못할 일화를 들었다.(심지어 기름값도 한국보다 매우 비싸다!) 그래서 그들이 꼭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자전거를 택한 것이 아니라는 글에는 공감을 못했지만, 어쨌든 자전거를 타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교통체증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교에 가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배움을 목적으로 다닌다. 교육의 시스템에서도 굉장히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우리나라는 1+1은 ( ) 으로 오직 하나의 정답만을 찾는 문제를 내지만 덴마크는 ( )+( )=2 이런 식으로 다양한 정답을 찾는 문제를 낸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이 문구를 굉장히 맘에 들어하는 나로서는 덴마크의 교육방식이 굉장히 부럽게 느껴졌다.
북유럽 국가 사람들은 우울증 약을 많이 복용하고 자살률이 높아서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것 역시 책에서 언급해주었다. 덴마크의 지리적 특성상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많지 않은 기후상 이유가 있으나 그들이 살기 힘들어서, 불행하다고 느껴서 우울증을 느끼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들은 우울증이 있으면 있다고 솔직히 인정해서 처방을 받기에 그 비율이 높을 뿐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우울증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이 있어서 우울증이 있어도 병원에 가지 않고 숨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실제로도 내가 아는 사람들 대다수가 그랬다. 아는 친척 중 조카 한 명이 입시 스트레스로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는데 가족이 우울증을 병으로 인정하지 않아 조울증으로까지 발전하자 결국 마지못해 병원에 데리고 갔던 사연이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정신질환에 대해 보는 편견이 심하다고 느낀다.)
모든 것을 공평하게 대하는 덴마크의 시스템상 뛰어난 인재가 재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매우 큰 장점 덕분에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1위로 꼽히는 것 같다. 그런 특성 덕분에 덴마크에선 자신을 뽐내고 자랑하는 것이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더 부끄럽게 여긴다고 하는 것이 한국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신선한 문화충격이다.
무엇보다도 덴마크의 가장 큰 장점은 실업자 비율이 적고, 실업자에게 다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아닐까.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일'이다. 이것이 대학교 지원 다음으로 가장 부럽게 느껴지는 제도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취업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실업 기간 동안 부족하지 않은 실업 급여를 주고, 어느 직업이든 차별하지 않으며 시급을 일부러 적게 주려고 꼼수를 쓰지도 않는다.
이것만이라도 우리나라가 본받아서 변화했으면 좋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덴마크인들의 행복감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듯 하다. 덴마크인들이 왜 행복한지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덴마크는 장애인 복지로 굉장히 유명한 나라인데, 저자가 장애인 관련에 대해서는 언급을 해주지 않은 게 아쉬웠다. 혹시 나중에 또 덴마크에 대한 책을 낸다면, 이 부분을 추가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행복은 개인의 몫이라고 강조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고 먹고 사는데 힘들지 않도록, 경쟁 스트레스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사회적인 보장제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