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온 뒤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장소보다 사람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의 공기, 우연히 나눈 대화, 이름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표정까지.
『조금은 슬프게, 조금은 행복하게』를 읽으면서 그런 여행의 순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35개국이라는 숫자가 처음에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에서 중요한 건 ‘몇 개국을 갔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느꼈느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부터 예술과 역사를 따라간 여행, 오래 바라왔던 꿈을 이루었던 순간, 그리고 여행지에서 마주한 실망과 불편한 감정까지.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포장하지 않고 그 안에 있었던 슬픔과 욕망, 환멸과 고민까지 담아낸 것이 오히려 이 책을 더 진짜 여행 이야기처럼 느끼게 했다.
특히 마지막에 다다라 ‘지금, 여기, 내가 있다’라는 맺음말을 보고나서 잠시 책을 덮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무언가를 찾아 멀리 떠나지만, 결국 여행의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가장 익숙한 존재인 ‘나’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참 좋다.
인생이 늘 행복할 수 없듯 여행도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행복한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수많은 여행을 지나온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남겼다는 것 자체가 참 멋진 일이다.
앞으로의 여행도, 앞으로의 삶도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하기를.
마지막으로, 바뇨별 작가의 첫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