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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작가의 『무근본 음악 방송 제작기』 1부를 읽으며 가장 먼저 공감한 부분은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마주하게 되는 ‘반복의 무료함‘과 ‘매너리즘‘이었다. 방송작가가 되기를 열망하던 이가 막상 현장에 뛰어들어 성취를 맛본 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은, 비단 방송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길을 진득하게 걸어온 모든 직장인들의 자화상처럼 다가왔다. 나 역시 과거 3년 차 고비를 맞이하며 고속도로변 환경 정비에 지쳐 ‘내가 이러려고 시험을 보고 들어왔나‘ 회의를 품었던 기억, 그리고 팀장의 대면 보고 가로채기에 서운해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실을 다지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작가는 초심자의 행운과 무모한 도전 속에서 음악 방송을 일궈낸다. 클래식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모른다‘는 투명한 무지로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갔던 그 시절의 에피소드들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매회 ˝딱 하나만 나아지자˝며 밴드들의 SNS와 인스타그램, 활동 연차까지 꼼꼼히 파고들던 처절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과정은 프로페셔널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화려한 연출 뒤에 숨겨진 작가들의 치열한 땀방울과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은 독자의 마음마저 훈훈하게 적신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인생도 크고 작은 ‘무근본‘의 연속인지 모른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낯선 길에 발을 디디고, 서툰 여행자를 향해 세상이 건네는 뜻밖의 응원과 행운에 기대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과거 구석에서 서운한 눈으로 운동화 끈을 묶던 어린 자신을 다독이고 싶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우리도 묵묵히 버텨온 지난날의 우리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어야 하겠다. 음악이 있는 곳에 언제나 삶의 온기가 머물듯, 이 책은 지친 일상에 잔잔한 반창고가 되어주는 다정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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