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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하면 생각하는 건 역병, 전쟁, 마녀사냥, 오물로 가득한 거리... 이런 것들이라 이런 시대에는 그야말로 태어나 무사히 자라고 노년까지 살아남는 것 자체가 참 어려운 암흑기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중세 유럽인 이야기』에서는 이런 중세에 대해 가공할 야만성과 지극히 세련된 문화가 공존하며 발전한 그 어떤 시대보다 콘트라스트가 뚜렷한 시대라고 말한다.
젖소들이 풀을 뜯는 드넓은 초원이 있는 평화로운 노르망디의 선조는 거친 바이킹족이었다. 프랑스 국왕 샤를 3세는 거친 바이킹 집단을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땅과 딸을 주어 신하로 삼았다. 바이킹의 우두머리였던 롤롱은 그렇게 국왕과 거래해 프랑스의 로베르 공작이 되었다.
200년 가까이 지속된 십자군 운동에 참여한 기사들은 돈을 벌려고 전쟁에 참여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구원을 얻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 영원한 구원에 대한 갈망과 전사로서 죄의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는 갈등 속에서 신앙의 적과 싸우러 가는 것 곧 순례행위였고 구원의 길이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타인을 죽이는 것이 참회를 위한 것이라니.
인간의 무력함과 약함을 가장 절실히 마주하게 하는 것중에 하나가 전염병인 것 같다. 역사속에는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수많은 전염병이 있다. 콜레라, 천연두, 페스트. 무역이 활발해질 수록 병이 퍼지는 것도 더 심해졌고, 인구의 70%가 사라진 지방도 있었다. 안타까운 점은 사람은 너무 고통스럽거나 두려운 일이 닥치면 자신을 탓하거나 타인을 탓하게 된다는 것이다. 질병을 신의 징벌로 여긴 사람들은 그 원인을 유대인, 이방인, 나병환자, 걸인, 이교도, 순례자에게서 찾았다.
침략, 종교갈등, 전염병, 전쟁, 기근 등등 여전히 중세시대는 인간이 살아가기에 너무나 힘들었던 시대로 생각되긴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역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시사철 따뜻하고 풍요로운 곳보다 거친 환경에 내던져진 인간일수록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듯이 중세시대도 그 시대만의 강렬한 빛이 있구나 싶었다. '중세 유럽인 이야기'를 통해 역사 스토리텔러 주경철 교수가 안내하는 중세 유럽을 엿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본 서평은 리뷰어스 클럽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