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1931년 경성.
흡혈과 약간의 능력을 가진 계월이
그 능력이 통하지 않은 강인하고 올바른 희덕의 여학교에
기숙사 사감으로 부임하면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특히 계월의 과거의 단단하지 못한 자아의
도피하듯 한 잘못된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허한 마음을 해소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악의 구렁텅이로 넣은 자가
고통과 사지로 또 다시 몰아 넣은 곳에서 도망쳐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신 따위를 믿지 않게 된지 오래지만 이 기적에 대해 달리 표현할 방법도, 고마워해야 할 대상도 찾지 못했기에 그저 자신을 숨겨 준 어둠에 감사하기로 했다. 지치지 않고 달려 준 두 다리에게도. "p. 8
다행히 그녀에게는 감사하는 마음과 올바른 삶을 살아가려는 씨앗이 마음에 남아있어서,
크게 바른 희덕을 만나고 그녀의 삶은
조금씩 수정되며 성장한다.
희덕은 계월의 처음 흡혈 장면을 목격하는 동시에 선교사 선생님께 배운 지혜를 떠올린다.
"조례 시간에 앤더슨 선생님이 한 말씀으로는,
신께서는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내지 않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낸다고 하셨다."
P. 54
희덕에게는 경성제국대학 의학부를 다니는 일균이라는 오빠를 가진 절친 경애가 있다. 계월의 정체를 모르는 경애는 그녀를 스파이로 단정하며 말한다.
"세상은 사람들이 쉽게 의심하지 못하게끔 못된 것일수록 좋아보이는 껍데기를 씌운다고.(중략) 스스로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지 않겠어? "
p. 77
희덕은 경애네 집에서 <서양 귀의 형태와 양상>이라는 너덜너덜해진 제목의 책을 빌린다. 일균에게 이런 사람들이 정말로 있는지 묻는 질물에 일균은 이렇게 답한다.
"기이한 일들은 아직 과학으로 해명되지 않았을 뿐이야.하지만 가끔은....... 그래, 세상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아둬. 나름으로는 살아가는 데 도움이 돼." p. 79
희덕은 친구라는 경애의 소개에도 경애의 아버지가 희덕의 겉모습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느낀다.
"희덕은 자신을 훑어보고 사람을 재단하는 그의 시선이 꺼림칙했다."
p. 80
자본주의 시대에는 우리는 돈이 되는 것, 특히 보여지는 것으로 가치판단을 많이 한다.
자본주의의를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이 구절을 통해서 한번쯤은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나 자신은 어떤지 되돌아보고 그러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희덕에게 언니들은 정의로워 선생님들께 혼나는 경우가 많은 경애 보다는 좀 더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는 친구들을 찾아보는게 좋을 걸이라는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싫어요. 동무를 무슨 이득 보려 고르나요." p.91
경쟁과 입시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조차 자신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주는 관계,
소위 인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대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업무를 위해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리해서 단기적으로 이득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장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경애처럼 정의롭고 진실된 사람들과 함께 했을 때가 행복했다.
영어덜트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중요한 요소를 잘 집어 준 것 같아 반갑다.
같은 방을 쓰는 동백과 난초는 외출하는 희덕이에게 화려한 옷을 입힌다.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이 최대의 과제 인것처럼 말하는 동백의 말을 단이는 바로 잡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스스로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는 자세야.
당연해 보이지만
연습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p.113
흡혈마가 되기 직전에 경애를 희덕은 알아차리고
화란,일균,계월과 함께 해결하려 모였을 때,
계월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외로움에 마음이 약해진 인간이라면 희생양이 되기 쉬우니까.....
p.252
항상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던 자신을.
백작에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른채 그를 따랐던
과거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중략) 백작과의 질긴 악연을 이제는 끊어 내야 할 때였다.
그의 속셈을 알아차린 이상, 계월은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게 둘 수 없었다.
p. 254
우리 아이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사실 외롭고
때로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다.
학군이 좋은 곳에서 근무할 수록 아이들 간의 진정한 우정을 더욱 많이 의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외로운 와중에도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됨을 잘 짚어준 것 같아 다행인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힘든 현실이라도 내가 발 디딘 곳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그 안에서 올바름을 작게라도 실현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함을 내포한다.
모든 일이 정리되고 떠나는 계월에게 희덕은 이렇게 말한다.
계월은 살아남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그 이유를 만들어 나가요.
p.267
살아가는 자신만의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것.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구절이었다. 앞으로 내 삶의 이유 리스트를 하나하나씩 늘려나가보려 한다.
그리고 계월은 희덕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희덕은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것도 속이지 않고, 숨기지 않은 채로. 그래서 계월 또한 자신의 상황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맞설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희덕과 함께 있으면 계월이 도망쳐 온 과거 또한
맞설 수 있는 현실이 되었던 것이다.
p. 284
크게 바르고 진실된 삶이 중요함을 이야기하는 면이 참 좋았다.
조금씩 쉬어가면 하루에 다 읽었다.
계월의 흡혈이 상징하는 것은 과거의 씻을 수 없는 큰 과오일 것이다.
그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면 그 때라도 바로 잡는 것이
인간이 가진 감사, 올바름을 행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통제할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며 조금씩 바꿔나가는
자세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나를 포함한 사회의 약자들은 올 겨울은 더 힘든 차가운 계절이다.
하지만, 작은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매일 가지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게 이렇게 라도 아주 작지만 도움이 되고픈 글을 쓰며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올바르게 진실되게 살아가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더 정리해 본다.
★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