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무너질 만큼 고통이지독할 때, 바로 그 지독한 감정들을 선명하고 정확하게 반영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그레고르 잠자가 우울의 수렁속에서 자각했을 때와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음악이 우리에게, 그러니까, ‘이렇게‘ 느끼게 하는데 어찌 우리가 비루하고 한심한 존재일 수 있단 말인가?
그 질문이야말로 이 책의 본질적인 주제다. 사실,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느끼게 할 수 있는지 규명하는 것만도 이미 엄청난 과제이다. 게다가 음악과 강렬하게 연결되는 순간은 주관적인 찰나에 묶여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합리화하려는 시도를 따돌리기 일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