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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in1197의 서재
  •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 윤이재
  • 12,600원 (10%700)
  • 2020-10-23
  • : 360
나는 최근에 치매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감동적으로 읽기도 했고, 거기다 치매 할머니를 직접 곁에서 돌본 손녀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지 궁금해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생이 되어 8년만에 시골로 내려와 치매에 걸려 쇠약해진 할머니를 곁에서 돌보게 된다.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달디단 마카롱을 잘게 잘라서 먹여드리고, 할머니가 심심하지 않게 취미생활을 만들어드리려 하고, 밭에 나가고 싶어하는 할머니를 위해 함께 밭으로 나가 잡초를 뽑는 등 할머니와 함께 애틋한 시간을 보내는 반면에 고된 돌봄 노동으로 저자는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할머니를 돌봐드릴 수 있음에,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할머니를 돌보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단순히 치매 할머니에 대한 돌봄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결혼 후 그동안 집안의 모든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도맡아 해왔던 할머니를 보며 여성들의 결혼 후 '당연한 노동' 의 사회적 인식에 대해 비판한다.
그리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남성 중심으로 진행되는 장례 방식으로 인해 장례를 치르는 동안 항상 먼발치에서 자신들의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했던 엄마와 이모를 보며 화가 나지만 동시에 무력감을 느낀 저자를 보며 나 또한 읽으면서 화가났고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당장 '부작용' 이란 말로 입을 막을게 아니라,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하나씩 바꿔나가다보면 언젠가 큰 변화가 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해보며 그것을 먼저 실천해낸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싶다.

처음엔 단순히 할머니와 손주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알고 읽어나갔지만 꽤 무거운 메시지를 많이 남겨준 책이다.
읽으면서 코 끝이 찡해지기도 했고, 너무 빨리 읽어버린 게 아쉬울 정도로 느낀 게 많은 책.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고 나중에 또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 우리는 모두 죽을 예정이다. 그렇기에 한 번 뿐인 삶과 이 시간이 소중한 것이다. 죽음 앞에 여한 없는 사람이 있을까. 죽음을 앞두고 삶이 아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 나이가 들수록 해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 해봤지만 잘하지 못한 일보다는 도전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 더 후회된다. 그러니 할까 말까 할 때는 일단 해보는 게 나을 것이다.

# 내 돌봄은 온전히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하는 자식으로서의 도리다. 나에게도 때때로 힘들고 벅찬 순간이 온다. 그러나 할머니를 돌봐드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은 앞선 세대 여자들이 아무 대가 없이, 칭찬 없이 오랜 세월 해온 일이다.

# 사람은 내외적으로 끊임없이 성장하려 하고 어른이 된 뒤에도 늘 몸과 마음을 부풀리려 애쓰지만 결국은 모두가 그렇게 작아진다. 어린 시절을 지나 점점 또렷해지던 어른의 기억은 서서히 흐려지고 가까운 기억부터 차례로 떠나간다. 모두가 작아지고 약해지고 끝내 아기가 된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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