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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림서옥
  • 모브 사이코 100 : 2
  • One (원)
  • 4,050원 (10%220)
  • 2014-11-26
  • : 3,398

2권에서 모브는 쿠로즈 중학교와의 싸움에 의도하지 않게 휩쓸리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초능력을 가진 하나자와 테루키를 만난다.

테루키는 능력을 숨기고 사는 모브와는 틀리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학교에서 여자들에게 인기짱, 남자들에게는 싸움짱을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는 아이다.

 

테루키의 초능력에 의해 모든 사람들은 쓰러지지만, 모브만은 쓰러지지 않는다. 이에 놀라 테루키는 모브를 쓰러트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그럴수록 모브는 자신은 초능력을 사람에게 쓰지 않을거라며 능력을 쓰지 않는다.

 

자신을 쓰러트리기 위해 모든 힘을 퍼붓는 테루키에게 모브는 이렇게 말한다.

 

'알았어. 왜 이렇게 내게 적의를 품는지. 이건 동족혐오라는 거야. 너는 나와 약간 비슷해.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 자기에게 전혀 자신이 없다는 점이.'

 

고시원에서 그에 대해 고민을 하며 며칠을 보냈다. 처음에는 나 자신에게 조차 의심이 들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지 않을까? 난 왜이리 의심이 많을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 속에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았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기에, 근처 정신병원에 전화를 해서 문의 해 보았다. '그' 나 '나' 둘 중에 누군가가 문제가 있을텐데 한번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싶었다.

 

전화를 걸고 횡설수설 하며 상담 받고 싶은 이유를 설명을 했다. 간호사는 얘기에 대해서는 그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간결하게 상담 비용은 1회 5만원이며 본인이 와야 정확한 상담이 가능하다고 했다.

 

5만원. 그 정도의 돈이 나에겐 없었다. 한달 밥값, 학원비 그런 걸 빼면 전혀 무엇에도 돈을 쓸 수가 없었다.

 

알라딘의 몇 분들에게 질문을 했다. 다행히 몇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진정 되었다. 그 속에서 나는 선택해야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동안 그의 전화는 의도적으로 피했다. 그 때는 학원을 잠깐 쉬는 기간이었기에 그럴 수 있었다. 길을 나설 때도 그와 마주칠까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두리번 거리며 걸어 다녔다. 마치 죄수처럼 말이다.

 

어느 날, 고시원 벤치에 앉아 담배만 빡빡 피우던 내가 안 쓰러웠는지 고시원 원장님이 조용히 말을 걸어 왔다.

 

고시원 원장님은 약 60대 초반이시다. 각진 네모난 안경에, 매일 등산복 차림으로 줄 담배를 피신다. 아침 10시 정도 오셔서 하루 종일 고시원 2개 건물 청소와 사람들이 빠져나간 방의 도배, 청소 등을 하며 바쁘게 보내셨다. 그리고 나에게 항상 선생님이란 호칭을 써 주셨다.

 

벤치에 앉아 원장님과 조용히 얘기를 나누었다. 원장님은 나에게 말했다.

 

"여기서 있다 보면 선생님께서 말한 그런 분들이 몇 분씩 들어올 때가 있어요. 맨 처음 고시원 할 때는 그런 분들 때문에 속 좀 썩었죠. 방 구하러 올 때는 정상인 것 같은 데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니 저도 많이 놀랐어요."

 

원장님은 담배에 불을 붙이시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도 뭐 그런 쪽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선생님 얘기를 듣다 보니 그 친구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네요. 예전에 여기 와서 생활하던 사람 중에 같이 벤치에 앉아 있는데 저 옆의 건물로 사람이 기어 올라 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죠."

 

그러면서 원장님은 옆의 건물을 가르켰다. 우리 고시원 앞에 있는 새빨간 또 다른 고시원 건물의 벽면이었다.

 

"그 사람은 저에게 여자가 벽을 기어올라가고 있다고 보이냐고 물었죠."

 

나는 원장님께 그래서 어떻게 대답했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그럴 때는 보인다고 얘기를 해줬죠. 아 저 여자분 고생이 많다고 말이죠."

 

뭘까? 왠지 모브의 스승 레이겐이 생각이 났다. 원장님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이야기가 매우 비 논리적이지만, 자신은 그런 망상이 타인에게 들키면 아무도 안 믿어줄 것을 알기에 어떻게든 그것을 교묘하게 논리적으로 만들어요.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그 세계에 대한 확신이 무서울 정도 깊어요."

 

담배를 툴툴 터시며 원장님은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 세계를 부정해 봤자, 그런 사람들은 되려 저를 의심하죠. 그리고 더욱 움추려 들어요. 자신의 세계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말이죠. 그런데 거기에 더욱더 강하게 정신차리고 하면 자신을 병자 취급한다며 공격적으로 나오죠."

 

나는 물어 보았다.

 

"그럼 그 분은 어떻게 하셨어요?"

 

원장님은 웃으시며 말하셨다.

 

"그 사람에게 택배를 핑계로 가족들 연락처를 물어봤어요. 그리고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죠. 이런 상황이라고 말이죠. 이미 집에 있을 때부터 그런 징조가 있다고 하더군요. 시험 때만 되면 그런 강박증 같은 게 더욱 발생되었데요. 결국은 가족들이 와서 데리고 갔죠."

 

그리고 나서 원장님은 그런 유형의 비슷한 사람들을 이야기 해  주셨다. 뭐이리도 많은지, 마치 정신병원 치료소 같은 이야기 였다. 원장님은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내 눈을 보며 진지하게 이야기 하셨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 목적이 있어요. 선생님도 돈이 남아서 여기 오셔서 공부하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자신조차 구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누구를 구할 수 있겠어요. 잘 판단해야 해요. 의욕만 있다고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마치 정신병원 원장님이 갓 입학한 간호사에게 교육하는 듯한 말투셨다. 원장님과 대화를 한 후, 착잡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누워서 여러 생각을 했다.

 

난 그의 눈빛에서 무엇이 두려웠을까. 나는 그에 대한 '동족혐오'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의 반응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눈빛 속에서 나를 본 것 같았다. 나 역시 여러 스트레스 속에서 그런 쪽으로 분출이 안 된 것일뿐 그런 위험성은 항상 간직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눈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니 당혹감을 느낀 것은 아닐까.

 

그는 나에게 말하곤 했다. 형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고, 힘들고 그럴 것인데 그런 게 안 느껴진다고 했다.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하루에도 수천번 혼자서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와 나는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그래서 난 더 두려웠던 것이다. 나 자신을 스스로 보는 게 너무 두려웠으니 말이다.

 

그리고 난 비겁했다. 그를 감당하기 싫었다. 학원도 그와 다른 학원을 신청을 했다. 그를 보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원장님이 가르쳐 주신데로 '티를 내지 말고 조용히 멀어져라'는 말데로 그렇게 행동했다.

 

그의 전화를 받지 않는 내게, 그가 문자로 걱정된다고 몇 번이나 보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보고 무심하게 스팸으로 돌렸다.

 

넌 시험에 합격해야지, 저런 것에 신경쓰면 안 돼. 저 친구가 너의 시험을 망칠 수도 있어.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나를 합리화 하는 목소리를 계속 들었다.

 

그러나 마음 한켠이 너무나 불편했다. 매정하고, 타인에 대해 이렇게까지 차가운 나 자신에 대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알라딘에 쓴 글도 내가 따뜻하고 좋았던 부분만 이야기 했지, 이처럼 매정하고 차가운 자신에 대해서는 써 본적이 없다.

 

솔직히 의심이 된다. 내가 이러고 시험을 합격을 해서 과연 진짜 힘든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자신이 될 수 있을까? 눈 앞의 힘든 자를 구하지 못하고 다른 누구를 구할 수 있는 것일까?

 

매정하고 야박한 자신을 탓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 갈 수 없는 자신의 이중성. 가장 최악의 인간인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한다.

 

자기만을 위한다는 것은 이기적이고, 타인만을 위한다는 것은 위선적이다. 이기적이지도 위선적이지도 않은 자신. 그런 자신을 찾고 싶은데 혐오감이 깊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야 말로 진정한 고시원 사이코이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정신병자는 그가 아니고 나라는 사실. 그것만이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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