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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구경님의 서재
 

가끔씩 책에 대한 책, 책을 말하는 책을 읽을 때가 있다.

대단한 애서가나 독서가는 아니지만, 책이라는 것이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책에 대한 책 역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을 말하는 저자 자신의 모습과 그가 살고 있는 시대, 또 책에 담긴 시대의 모습이 투영된 책일수록 재미는 커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재미가 가슴을 울리는 감동으로 이어진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건 아마도 책을 말하는 저자들이 나와는 너무나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유려한 문체로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독서가’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고 말하는 ‘책벌레’들, 책은 집이요, 곧 세계라고 말하는 듯한 '탐서가‘들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자주 나를 주눅 들게 만들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책에 대한 책‘ 읽기가 바로 ’책‘ 읽기로 이어진 기억도 많지 않다.

이런 이야기를 길게 꺼내는 건, 지금 읽은 이 책 <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이 준 뜻밖의 감동 때문이다. 이 책 역시 77명의 저자들이 젊은 독자들에게 권하는 책 한 권씩을 소개하는 ‘책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책이 밥이요 일상인 책벌레들의 권위(?)가 없다. 77명의 저자들 역시 책세상에서 펴내는 ‘우리시대’ 시리즈의 저자들로 소위 말하는 지식인이요 먹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훌륭한 책’을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감 대신 ‘내 삶을 움직인 책 한 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서가로서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그리고 두루 훌륭한 책들이 아니라, 결정적인 한 권의 책을 자유롭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모두에게 훌륭한’ 책이 아니라 ‘나에게 특별한, 당신에게 특별하기를 바라는’ 책들이 있다. 그 책과 관련된 저자들의 젊은날의 추억이 담겨 있고, 그들의 고민과 삶의 이력이 녹아 있다. 그것은 때로는 지극히 사적인 풍경이지만, 때로는 70-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이 땅의 지식인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이 어떻게 그들의 세계관을 바꾸었는지, 어떤 경로로 그들의 삶의 행로를 돌려놓았는지, 어떤 만남을 선사했는지, 또 어떤 기쁨과 어떤 난처함을 안겨주었는지...... 지극히 고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독후감들이 내 마음을 움직인다. 책의 소멸을 논하는 이 시대에도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논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말해준다.

이제 이 책이 말하는 ‘그 책들’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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