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미미와 산 지 4년째다. 미미는 원래 길고양이, 그 중에서도 좀 시끄러운 길고양이였다. 미미는 무엇 때문인지 온 동네 다 들리도록 울며 돌아다녔다. 이웃들은 미미의 울음 소리에 밤잠을 못 자겠다며 구청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구청이라니. 그것은 황천길행이 아니었던가.
두 달 동안 울음 소리에 익숙해진 탓인지 미미를 그대로 보낼 순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키우자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함께 살던 강아지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후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한 터였다. 하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구청에 신고할 것 같은 이웃들의 사나운 기세에 나는 몹시 불안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었고, 고양이를 생명으로써 안쓰럽게 대했을 뿐 강아지에 비해 정을 느끼는 편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꾸 그 고양이가 마음에 밟혔다. 나는 뭣에 홀린 듯, 인터넷으로 고양이에게 물품이 무엇인지 검색했다. 화장실, 모래, 밥, 그리고 이동장. 곧바로 동물용품점에서 이동장과 모래, 사료를 하나씩 샀다. 화장실을 비롯해 그 외 필요한 것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 했다. 그날 밤, 고양이를 간식으로 유인해 이동장에 넣는 데 성공했다. 한 달 정도 간식을 주며 얼굴을 익힌 덕분이었다. 그렇게 미미는 갑작스럽게 우리집 식구가 되었다.
미미는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온 집안을 한참 동안 조심스럽게 살폈다. 위험 요소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난 뒤에야 밥과 물을 먹었다. 바깥 생활이 많이 고단했는지, 이내 방바닥에 엎드려 팔을 베고 잠을 잤다. 미미가 잠이 들자 그제야 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뭘 한 거지. 강아지처럼 끝까지 함께 사는 것만 자신 있었을 뿐, 고양이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나는 인터넷카페에 가입하고 부지런히 정보를 모았다.
서너 시간 검색 끝에 살 것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문제는 고양이의 성격과 습성이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고양이의 행동은 무얼 의미하는지, 왕초보 집사인 내겐 하나하나 검색으로 알아내긴 어려웠다. 믿을 건 고양이 관련 책자였다. 도서관에서 고양이 책을 서너 권 빌려 무작정 읽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식성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고, 무척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4년 차 집사는 고양이 전문가가 되었을까. 글쎄다.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관리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집에 고양이 관련 책이 세 권이나 사 두었지만 늘 새로운 지식에 눈을 반짝인다. 고양이는 내게 말을 할 수 없으니 언제나 내기 매의 눈으로 고양이의 상태를 살필 수밖에 없다.
최근 나온 책 <고양이는 왜 이러는 걸까?>는 초보 집사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다. 대부분 고양이 책이 너무 내용이 방대해서 읽기도 전에 질리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 모래의 종류부터 사료와 예방접종 등 그런 정보가 담긴 책도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고양이는 왜 이러는 걸까?>는 고양이의 행동과 성격을 고양이의 입장에서 명쾌하게 풀어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과 원치 않는 관계를 중단하거나 거절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중략) 사람이 고양이가 원치 않는데도 안아 들거나, 놀이나 쓰다듬기를 끝내자는 신체 언어를 무시할 때도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 종종 무료해서 짜증날 때에도 공격한다.” (141쪽)
이 책은 문장이 짧고 정확해 이해하기가 쉬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람 집에 들어온 고양이가 어떤 감정 상태일지, 타고난 성향은 무엇인지, 고양이의 행동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각각의 질문에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살 때 어떤 느낌일지, 고양이의 입장에서 나와 집 환경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 집엔 고양이가 즐길 거리가 충분한가? 너무 무료하고 지루하진 않을까? 밖을 내다보며 쉴 수 있는 장소는 있나? 화장실 주위는 언제나 깨끗한가? 더불어, 고양이에게 해선 안 될 행동, 꼭 해주어야 하는 행동 등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정돈해 놓았다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4년 전, 강아지가 떠난 뒤 못 해준 게 자꾸 떠올라 지금까지 슬픔이 가시지 않는다. 언젠가 미미와 이별의 순간엔 최소한의 슬픔만 남겨두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미미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으니, 슬픔에서 한 발 멀어졌다고 봐도 될까. 사는 동안 고양이와 행복을 나누고 싶은 집사, 사랑하는 고양이와 헤어질 때 덜 슬퍼하고 싶은 집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