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미미는 2017년 여름, 코코는 2018년 여름에 우리 집으로 왔다. 오래 함께 살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너무 슬픔이 커 다시는 그 어떤 동물도 데려오지 않겠다고 작정을 했건만. 둘 다 길에서 하도 애처롭게 울고 다녀서 누군가 소음으로 민원이라도 넣을까 걱정이 되어 할 수 없이 입양을 했다. 두 마리는 사이가 좋지 않아 격리되어 산다. 덕분에 남편과 나도 각방을 쓰게 되었다. 그래도 꾸준히 합사 시도는 하고 있다. 요즘은 하루에 15분 씩 거실에 함께 있는 연습을 한다. 둘 중 누군가 도발하는 순간 곧바로 다시 격리를 한다. 신기하게도 둘이 싸우지 않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언젠가는 온 집안을 함께 누비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언젠가 다시 헤어질 걸 알면서도 고양이들과 정을 나누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언제나 조금 더 잘 해주고 싶은 건 모든 집사의 공통된 마음일 거다. 특히 고양이들이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우는 소리를 낼 때면, 그 의미를 알고 싶어 애간장이 탄다. 그동안 <고양이 언어학> 이 책이 얼마나 필요했는지 모른다.
책의 저자인 주잔네 쇠츠는 음성학 연구자이면서 여러 고양이의 집사다. 어려서부터 고양이 울음소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어른이 되어 고양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전공 분야를 활용해 울음 소리의 의미를 밝혀낸다. 이 책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고양이들은 ‘자신의 주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나름의 음성 언어를 개발한다. 고양이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원할 때 ‘야옹’하고 울기만 해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고양이들은 우리가 야옹 소리에 즉시 반응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59쪽)
고양이는 실제로 야옹, 우르르르, 웅웅, 칵칵, 하악 등 다양한 소리를 낸다. 보통 울음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면 음의 높낮이나 음의 길이를 잘 파악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실제 고양이 울음소리가 담긴 영상을 직접 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실어 놓았다. QR코드를 핸드폰으로 인식시키면 곧바로 유튜브 링크가 화면에 뜬다. 영상은 수초 이내로 짧아서 금방 확인할 수 있고, 실제 고양이가 우는 모습이 재생되어 이해하기가 쉽다. 전 세계 독자들이 영상을 많이 보았는지 조회 수도 몇만 건이나 된다. 영상의 울음소리는 실제 우리 집 고양이들이 내는 소리와 흡사해 많이 놀랍고 반가웠다. 뭔가 불만스런 표현을 할 때 내는 소리, 신나는 걸 요구할 때 내는 소리, 그냥 아는 척을 하고 싶어 내는 소리들을 이제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의 의미를 알고 싶고, 깊은 소통을 하고 싶은 집사라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