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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님의 서재
  • 경연, 왕의 공부
  • 김태완
  • 19,800원 (10%1,100)
  • 2011-08-16
  • : 655

일제시기 식민사학자들은 조선왕조의 몰락 원인을 ‘당파’에서 찾았다. ‘당파’를 나누어 서로 싸움만 하여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함으로써 사회가 정체되었다는 것이다. 당파싸움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조선의 위정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조선인의 민족성이라는 논리로 발전하였다. 해방 이후 한국사 연구자들은 이를 ‘당파싸움’이 아니라 ‘붕당정치’로 바꾸어 부르면서, 단순한 패싸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발전적 토론을 하였던 것으로 재해석하기도 하였다. 이는 조선이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끝없이 서로 논쟁하며 바른 정치의 길을 찾았던 문치국이었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연결되었다.

김태완의 『경연, 왕의 공부』는 나라의 주인이었던 왕이 단순히 군림했던 것이 아니라 경연 시스템을 통하여 끊임없이 공부하고, 치자의 길을 고민했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왕은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매일같이 마주앉아 경전의 뜻을 문답하고 그를 현실정치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저자는 경연과 치적을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다해 경연에 참여했던 왕이 치적을 더 많이 쌓았다고 보면서, 지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늘 고민했던 권력이 통치를 더 잘 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저자는 조선과 현대사회를 넘나들면서 권력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왕=주권자인데, 주권자를 잘 교육시켜야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현대사회에 적용하면 국민=주권자이므로 민주시민으로 잘 교육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제도 자체는 문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의 근본 모순이 왕의 자질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주권자가 ‘올바른’ 의식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 ‘올바른’ 의식이란 누구의 관점에서 ‘올바른’ 의식인가?

또 저자가 역사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인지 역사적 맥락이 많이 사장되어 단순한 텍스트 분석에 그치고 있는 지점들이 많이 눈에 띈다. 경연의 내용을 옮기고, 그에 대한 풀이를 제시하는 부분에서 실제적 사건과 관련된 논쟁이 있다. 예를 들어 창원군 이성과 관련된 부분이라던가, 임사홍과 관련된 설명. 이러한 정치적 사건들을 단순히 스토리로만 해석해 버리면 그 배경에 작용하고 있는 역사적 맥락이 사라져 버린다. 이를 현대의 인사청문회와 연결 시키면서 조선시대의 인사가 더 청렴했다고 결론내리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오늘날 고위공직자의 위장전입, 탈세 등을 단순히 그 개인과 인사 책임자의 부도덕만으로 읽을 경우 우리는 사회의 수많은 문제와 모순들을 놓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역사학자들에게 이런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어떤 역사적 사건이든 그것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묻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역사적 맥락에 대한 평가”와 “역사적 의미”가 과연 다른 말인가? 이렇게 간단한 말장난으로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덕을 갖춘 지도자, 늘 공부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지도자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매우 의미있다. 장사꾼 같은 지도자, 도덕성보다 능력을 봐 달라던 지도자를 선택한 국민들에게는 특히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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