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라는 시공간이 던지는 감각은 오묘하다. 가까운 것도 같고, 다시 생각해 보면 먼 것도 같은. 많은 독자들에게 스스로 경험했던 동시대일 것이고, 그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에게도 현재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길게 느껴지는. 역사책 속에서 만나기에는 왠지 어색할 수도 있는.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전두환 이후, 오늘과 맞닿는 시기를 간결하게 정리해 줄 수 있는 책.
이 책은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중 한권이다. “식민지, 해방과 분단, 전쟁, 독재와 경제성장, 민주화로 요약되는 20세기 한국사의 큰 흐름”을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리즈의 마지막 부분인 것이다. 그동안 학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대중에게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책인 만큼 쉽고 간결한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의 봄’에서 시작하여 노태우 정권까지의 정치상을 독재정부와 민중의 대결을 중심으로 그려내었고, 말미에 민주화 이후 민주개혁의 성과와 경제, 사회적 분위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특히 1~5장에서 보여주는 정권과 민중의 대립은 간결하고 속도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현대사의 흐름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쉽게 따라갈 수 있게끔 짜임새 있게 서술되었다. 6, 7, 8장은 민주화 이후의 정치 지형을 설명하고 그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보니 앞부분 보다는 집중하기 어려운 감이 있었다. 기존의 연구성과를 최대한 반영하여 쓴 글인 만큼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기 보다 80년대의 정치사를 잘 정리해 둔 느낌이 든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평가는 독자에게 맡기겠다는 집필의도 때문일 것이다. 쉽게,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눈에 띤다. 서술과 서술 사이의 인과관계가 생략되어 의문스러운 부분들이 종종 있다.
광주항쟁이나 6월 항쟁에 대한 서술을 보면 그 역동성과 에너지에 새삼 놀라게 된다. 권력자들은 언제나 집회의 무질서함과 과격함을 선전하며 법에 보장된 권리를 제한하려 하지만, 과거 민주화 운동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알 수 있다. 공통의 목표를 향해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은 스스로 가야만 하는 곳을 알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오늘에 와 있는지를 알려 주고,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 보게 하는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