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과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여행이 가진 ‘아름다운 곳이나 이름난 곳을 두루 다닌다.’는 사전적 의미 때문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이름난 곳, 경치가 빼어난 수많은 곳을 찾아 주말마다, 휴가 때, 시간과 돈을 만들어서라도 떠난다.
그러나 돌아보면 ‘두루 다닌다.’라는 여행의 뜻, 의미와 실제 여행은 점점 거리가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아름다운 곳, 이름난 곳을 다녀와도 어쩐지 똑같은, 한곳을 다녀온 듯한 착각이 든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면, 이제는 어딜 가나 똑같은 모습으로 들어선 프랜차이즈 숙박업소나 식당, 커피숍. 특정 지역이 갖는 특징들이 점점 사라지고 도시화하고 산업화한 모습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낯선 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겪게 되는, 이른바 ‘생고생’은 이제 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렵게 낸 시간과 돈을 들였을 때 당연히 ‘편리’를 사려고, 사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남는 아쉬움과 찜찜한 기분, 왜 여행을 다녀왔는데, 푹 쉬고 왔는데도, 충만해지기는커녕, ‘역시 집 떠나면 고생이야. 집이 최고지.’ 하게 되는지.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며 열심히 찍어댔으나 이게 올해 다녀온 곳인지 작년에 다녀온 곳인지 알 수 없는가(그나마 셀카가 대부분이 되어버린 사진들)
그때 이 책은 정말 귀하다.
작가가 몇 년의 시간을 들여 제천의 산과 들, 강을 표류하면 그려낸 ‘소동여지도’는 천 년의 시간을 살아간 존재들의 이야기와 그곳에서 살아낸 사람들의 곡절을 담아냈다.
작가는 대도시 서울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본연의 생태와 계절의 조화를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제천이 아주 커다란 아스피린의 역할을 해준다고 했지만, 그의 책은 남들과 똑같은 시간과 돈을 들였지만, 똑같은 여행에 갈증을 느끼는 게으른 여행자에게 ‘나만 알고 싶은’ 여행, 제천이라는 도시를 기꺼이 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