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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9,000원 (10%500)
  • 2018-11-12
  • : 1,576

어느 순간부터 민음사 세계문학고전 책들이 버겁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도 그런 책이었는데 그 이유는 삶의 무게를 내가 많이 알아버려서 인 듯하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고통이 나와 무관하듯이 읽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들이 내 미래이고 현재처럼 느껴지며 그들의 고통과 아픔이 내게로 바로 전해져서 한 호흡을 쉬면서 읽어야 읽을 수 있었다.


한 때 대령이었던 남편과 부인의 노년 생활이 내게 공포처럼 다가왔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무서웠다.

우리 부부에게도 노년이 닥칠 거라고 생각이 들고 준비되지 않는다면 저렇겠구나라는 두려움이 엄습해서 인 듯하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으로 <백년의 고독>을 재밌게 읽었고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읽으면서도 동일 저자의 작품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서사적이고 단편적인 대화형식을 띄는 이 작품이 <백년의 고독>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부분에 아직도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콜롬비아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일까? 내게는 내일 당장 먹을 것을 고민해야하는 가난한 노년의 부부만이 뇌리에 남는다.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10월에 대한 작가의 언급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그날과 같은 수많은 아침으로부터 살아남은 대령 같은 사람도 피해가기 힘든 아침이었다. 중략 대령에게 도착하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10월이었다. 7쪽


가랑비가 한시도 쉬지 않고 느릿느릿 내렸다. 대령은 양털담요를 뒤집어쓰고 다시 그물 침대로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줄기차게 울려 대는 깨진 청동 종소리에 장례식을 떠올렸다. "10월이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방 한가운데로 갔다. 9쪽


"난 아프지 않아요." 대령이 말했다. "10월이면 배 속에 짐승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거요." 16쪽


며칠째 맑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주중에는 대령의 배 속에서 꽃이 활짝 피었다. 대령은 천식 환자인 아내의 허파가 내뱉은 휘파람 소리에 괴로워하며 여러 날 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 그러나 10월은 금요일 오후, 휴전에 동의했다. 17쪽


"이것은 빵이 수십 배는 늘어나는 기적이오." 그다음 주에 대령은 식탁에 앉을 때마다 이 말을 되풀이했다. 수선하고 깁고 꿰매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아내는 한 푼 없이도 가정 경제를 꾸려 나가는 열소를 발견한 것 같았다. 10월은 휴전을 연장했다. 습기가 깨나른함으로 대체되었다. 30쪽

"오늘이 며칠이오?"

"10월 27일이에요." 42쪽


10월의 끈적끈적한 공기가 부드럽고 시원하게 바뀌어 있었다. 88쪽


10월은 그에게 견디기 힘든 시기인지 모르겠다.

대령과 부인의 무기력함에 여러번 언급을 하고 싶었다. 내일 먹을 양식이 없다면 연금을 기다릴 게 아니라 무슨 일이라고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하며 답답했다. 그렇지만 대령이 꽤 높은 직급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 쉽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을 말한다면, 뭐라 딱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책이다.

시간을 내어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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