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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미카엘
  • 아모스 오즈
  • 10,800원 (10%600)
  • 1998-09-30
  • : 3,714

나의 삶은 여기에 달려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열쇠가 없다. 63쪽

나는 아직도 무거운 자물쇠를 열 수 있다. 철문을 분리할 수 있다. 327쪽


초반은 잘 읽히는 로맨스 책처럼 잘 읽혔다. 다정하고 평온한 성품의 남자, 미카엘과 열정적인 여자, 한나의 로맨스를 다룬 책이라 생각했는데 책의 뒷쪽으로 갈수록 읽기가 힘들다. 한나의 심리묘사를 따라가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저 정도 남편은 훌륭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나의 결혼생활에서도 한나처럼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시기가 있었다는 걸 떠올리며 깊이 공감이 갔다. 내가 없어지는 삶. 나의 절망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분명히 잘 살고 있고 행복한데 공허한 그 느낌들을 아주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 아모스 오즈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글쓰기가 참 섬세하다고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했기 때문이다. 나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겪어온 감정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이 사람은 결혼한 여자들의 이런 감정을 이렇게도 잘 알 수 있는가? 그는 남자인데...

한나가 겪고 있는 답답하고 우울한 터널을 지나 내 꿈을 찾아헤매는 시간을 지나왔으며, 지금은 그 동안 돌보지 못했던 내 마음과 건강을 돌보며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느낌은 지나온 나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잘해냈다고 위로하듯이 한 문장 한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다.


"한나 그린바움-고넨 양. 당신 이름의 머리글자를 쓰면 히브리어로 '축제'라는 의미군요. 당신의 인생이 매일 축제 같기를." 77쪽


이름 뜻이 '축제'인 여자, 시인같은 느낌의 여자, 불이 떠오르는 여자

한나는 본인의 색깔을 지키지 못해서 힘들었을 거 같다.

그녀가 미친듯이 옷을 사들이는 모습에서 내 모습도 보았다. 그래서 너무 싫었다.

한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불꽃같은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구나.

이 책을 읽는 기분이 묘하다.


서명이 <나의 미카엘>이지만 나는 <나의 슬픈 예루살렘 아가씨>라고 변경하고 싶다.

한나의 심리묘사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느 부분이 그녀의 상상속인지 현실 감정인지 쉽게 구분이 안간다.

그래서 더 극적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불행하다.


작가는 문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속은 여러 작가와 작품들이 등장한다.

서머싯 몸, 대프니 듀 모리에, 슈테판 츠바이크, 로맹 롤랑, 앙드레 모루아의 <사랑 없는 여인>, <파우스트>의 그레첸 등. 아직 모르는 작가나 작품이 엄청 많다는 당연한 걸 또 느낀다.

아마도 문학을 읽는다는 건 끝나지 않을 숙제를 하는 걸까?


이 책의 첫문장을 다시 읽으니 죽는다는 의미는 사랑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닌가 싶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어렸을 때는 내게 사랑하는 힘이 넘쳤지만 이제는 그 사랑하는 힘이 죽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15쪽


그렇다면 우리는 몇번을 죽은 상태로 삶을 살아가고 있나?

앞으로 사랑을 하겠다. 그 처음은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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