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안녕?
오랜만이지? 나의 학창 시절을 함께한 나의 일기장 친구, 인디언!
오늘은 <모래의 여자>라는 책을 읽고 너에게 편지를 써.
8월은 정말 무더웠어. 그 더위 속에서 바다로 여행을 다녀왔고, 수영하다가 모래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놀기도 했지. 또 영화 <듄 2>도 봤어. 배경이 사막인데, 석양이 비치는 모래사막이 정말 아름답더라. 그 영상을 보면서 "사막에 여행을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영상미는 매혹적이었어.
8월 한 달 동안 이렇게 모래와 관련된 책과 영화를 접하고 나니까, 여행에서도 모래가 다르게 보였어. 그래서 이번 8월은 '모래'에 관한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
이 책은 일본을 배경으로 해. 학교 선생님인 한 남자가 휴가를 내고 곤충 채집을 하기 위해 모래 마을에 갔다가 실종되는 이야기야. 세상 밖에서는 그를 찾는 뉴스가 나와도, 그는 무너져 가는 모래 경사 아래 형성된 마을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해.
모래가 끊임없이 쌓이는 마을에서, 혼자 남은 여자는 모래를 퍼내야만 해. 이 남자는 그녀를 돕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 마을에 갇히게 돼. 마치 개미지옥에 빠진 곤충처럼, 이 남자도 모래마을에서 벗어날 수 없어.
결국 그 남자는 그 여자와 부부처럼 생활하게 되지만, 여자와 마을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 도망치려다 다시 붙잡혀.
이 이야기는 굉장히 기이하고 이상해. 그런데도 읽다 보면 실제로 일본 어딘가에 그런 마을이 있을 것만 같은 사실감이 느껴져.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내 입안에 모래가 든 것처럼 거칠고 꺼끌꺼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져. 이 작가, 아베 코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과 여자가 한심하게 느껴졌어. 그리고 탈출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곳에 순응해버리는 그 남자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고군분투하다가 주어진 삶에 안주하게 되는 모습이 우리 평범한 사람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혹시 작가가 이런 감정을 유도하려고 했던걸까?
모래에 대한 프로젝트는 아직 그 안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그냥 싱겁게 끝났어. 이제 가을이 왔거든.
다시금 모래에 대해 생각이 정리가 되면 다시 편지할께.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