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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72님의 서재
  • 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책
  • 크리스토프 크바르히
  • 16,200원 (10%900)
  • 2026-06-30
  • : 1,980

흔히 오십을 하늘의 명을 아는 나이, 지천명(知天命)이라 부른다. 하지만 동물병원 진료실을 지키며 살아온 내게 이 나이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했다. 매일같이 생명을 다루는 직업적 피로감, 보호자들과의 소통에서 오는 막막함, 그리고 나이 들어감에 따른 삶의 회의감까지. ‘과연 나는 좋은 수의사이자 주체적인 인간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지만,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나에게 철학이란 그저 현실과 동떨어진 학자들의 지적 유희이자 난해한 이론에 불과했다. 길고 복잡한 원전 중심의 철학에 숨이 막혔던 탓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프 크바르히의 <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책>을 접한 지금, 철학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은 완전히 뒤집혔다. 이 책은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마주하는 나 같은 임상의에게 영혼의 양식이자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며, 복잡한 현실 고민을 명쾌하게 풀어주는 '실천 철학'의 유용함을 일깨워주었다.

진료실에서 매일 겪는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철학자들의 답변은 가슴 깊이 와닿았다. 특히 '병든 반려동물 치료에 큰돈을 써도 될까?'라는 질문을 마주했을 때, 저자가 꺼내 든 슈바이처의 '생명 외경' 사상은 내면에 깊은 파동을 일으켰다. 경제적 논리나 효용 가치를 초월해, 살아가려는 생명 그 자체의 존엄성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왜 숭고한 행위인지를 철학의 언어로 명쾌하게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지친 수의사의 마음에 묵직한 감동으로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일상의 사소한 고민에 대해서도 철학적인 답을 건네며,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세워준다. 직장에서 말이 안 통하는 보호자나 동료를 만날 때면 외면하고 싶었지만, 헤겔의 변증법을 통해 '타협의 과정이 도리어 내 좁은 세계를 확장하는 계기'임을 배웠다. 끊임없이 성과를 요구하는 바쁜 일과 속에서 '아무 목적 없이 놀며 시간을 허비해도 괜찮다'는 조언은, 번아웃에 지친 수의사로서 숨통을 틔워주는 창조적인 멈춤이라는 위안을 주었다.

관계와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깊어졌다. 디오티마의 시선으로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해도 될까'라는 질문을 읽으며 사랑이 소유가 아닌 영혼의 고양임을 이해했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주변에 현금 선물을 쥐여주던 무심함을 반성하며 선물은 '마음을 연결하는 인격적인 대화'라는 점을 마음에 새겼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이웃일지라도 볼테르의 정신을 빌려 '타인의 권리를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는 연대의 가치를 깨달았다. 나아가 고통스러운 동물의 안락사나 언젠가 마주할 나의 소멸 앞에서는 에피쿠로스의 지혜를 통해, 존재하지도 않는 죽음 이후의 삶에 불안해하기보다 '지금, 여기'의 삶을 밀도 높게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책>은 철학을 통해 삶의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주체적인 사유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도록 돕는다. 반평생을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성공 기준에 맞추어 헐떡이며 살아왔던 내게, 책이 던진 32가지의 질문은 내 안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단단한 내면의 기둥을 정립해 나가는 치열한 사유와 화두가 되어주었다.

삶의 지혜와 중심을 얻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루할 것 같다는 철학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시대를 넘나드는 철학자들이 당신에게 가장 친절한 답을 건넬 것이다. 온전히 나답게 거친 세상을 버텨낼 수 있는 단단한 힘, 그것이 바로 이 짧은 철학책이 내게 남긴 가장 귀한 선물이자 평생 간직할 핵심 사상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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