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어느덧 쉰을 넘겼다. 이맘때
직장인들이 모이면 대화의 종착지는 늘 비슷하다. 누구의 은퇴 소식,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대한 막연한 압박감. 이제라도 뭐라도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조급함에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를
검색해 본다. 화면 위로 온갖 투자 비법과 일확천금을 장담하는 자산가(?)들의
화려한 영상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발걸음은 무거워졌다.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평생 땀 흘려 일군 자산마저 잃을까 두려워, 선뜻
발을 담그지 못하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금까지 재테크를 위해 특별히 투자해 본 경험도 없는데,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무언가 결정해야만 하는 위기적인 순간. 그
길목에서 만난 〈유튜브 시대 현명한 투자법〉이라는 책은 내게 투자의 기술이 아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 가는 나에게 평범하지만 큰 교훈을 주었다.
'어떤 종목을 사라'며 부추기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매일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유튜브
금융 콘텐츠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조용히 짚어낸다. 특히 내 눈과 마음을 멈추게 한 것은 '반향실 효과(Echo Chamber)'에 대한 경고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투자자에게 보고 싶은 정보만 반복 제공하여 편향된 시각을 진리로 믿게 만드는 반향실 효과를
일으킨다”는 문장을 읽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관심 있는 대박 주식 영상을 한 번 보고 나면, 다음 날 내 화면 전체가 그 자산의 장밋빛
미래를 찬양하는 영상으로 도배되곤 했다. 그것이 객관적인 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내 조급함을 미끼로 파놓은 정교한 함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가슴 한구석이 아찔해졌다.
그동안 내가 느낀 두려움은 정당한 것이었다. 책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 뉴스와 정보 왜곡에 대해 국제기구들이 던지는 구체적인 경고를 생생하게 전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 결과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무기화와 인공지능 기반의 가짜 정보 확산이 개인의 오판을 넘어
글로벌 금융 시장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위협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서늘한 진실 위에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금융 인플루언서 중 실제 검증된 전문가는 소수에 불과하므로, 자극적인 썸네일과 편집된 가짜
통계의 이면을 직접 의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솔직히
화려한 그래프 뒤에 숨겨진 왜곡을 걷어낼 안목이 50대 초보인 내게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영상 속 숫자들이 주는 권위에 압도당해 지레 겁을 먹고 투자를 망설였던 것인데, 오히려 국제기구마저 우려하는 그 정보들의 신뢰성을 먼저 의심하라는 조언은 큰 교훈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보 과부하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나 같은 개인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 책은 50대의 직장인인 내가 오늘 당장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세 가지 발걸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첫째는 '정보 교차
필터링'이다. 누군가 호재를 말할 때, 의도적으로 반대편에서 비관을 말하는 채널을 찾아보며 내 안의 확증 편향을 깨뜨리는 것이다. 둘째는 유튜브 화면 속 가공된 그래프가 아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기업 사업보고서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기준금리, 물가 지표 같은 '원본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는 끈기다. 마지막 셋째는 은퇴가 머지않은 만큼 시장의 급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전체
자산의 비율을 정해두고 기계적으로 맞춰가는 '정기적인 리밸런싱'의
실행이다.
결국 이 책이 내게 속삭인 가장 큰 방어벽은 단단한 중심이었다. “정보 과부하 시대의 개인 투자자는 기관과 달리 보호막이 없으므로, 철저한
자산 배분과 원본 데이터 교차 검증을 통해 스스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에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의 방향이 아니라 오직 내 자산의 분산 비율뿐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겸손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책을 덮으며, 참 오랜만에
마음 깊은 곳에서 투자를 시작할 용기가 피어올랐다. 자극적인 영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소박하게 원본 데이터를 확인하며 조용히 나만의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짜보려 한다. 투자가 두려워 시작조차 못 하고 서성이던 이들에게, 그리고 유튜브의
화려한 정보에 마음을 통째로 빼앗겼던 나와 닮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따뜻한 인생의 가이드로 권하고 싶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