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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72님의 서재
  • 헝거코드
  • 제이슨 펑
  • 19,800원 (10%1,100)
  • 2026-06-19
  • : 420

"운동도 다이어트도 안 하면서 살이 빠지길 바란다." 이 뻔뻔하고도 간절한 도둑놈 심보는 내가 매일 아침 체중계 위에서의 간절한 소망이다. 나잇살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퇴근 후 맥주 한 캔의 쾌락을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바지 단추가 잠기지 않을 때마다 세상 모든 다이어트 이론을 원망하곤 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만고의 진리는 뼈마디가 아프고 일상에 지친 나에겐 너무 가혹한 형벌이다. 그런데 캐나다의 신장내과 의사 제이슨 펑은 <헝거코드>를 통해 나의 이 뻔뻔한 게으름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놀라운 선언을 한다. ‘비만과 요요는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나 칼로리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불균형이 만든 과도한 배고픔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짜(?) 배고픔.

우리가 살이 찌는 진짜 이유는 칼로리를 많이 섭취해서가 아니라, 우리 몸의 시스템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고유의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는 체지방 온도조절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중년이 될수록 이 온도조절기가 고장 나 자꾸만 기준 체중이 위로 고정된다. 억지로 굶는 다이어트는 대사율을 떨어뜨려 이 조절기를 더 망가뜨릴 뿐이다. 내가 살을 빼지 못한 것은 운동할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몸속의 인슐린, 코르티솔, 그리고 포만감 호르몬(GLP-1) 같은 생체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호르몬 불균형의 결과였던 셈이라는 설명이다. 위로 받아도 될까?

해방감과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낀 대목은 식욕의 실체를 파헤친 부분이다. 배고픔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신체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항상성 배고픔, 뇌의 보상 중추와 미각적 즐거움을 채우려는 쾌락성 배고픔, 그리고 특정 시간이나 상황에 반응하는 습관적인 조건화된 배고픔이다. 가만히 내 일상을 돌이켜보았다. 퇴근 길 냄새에 이끌려 집어 든 치킨, 밤 11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입이 심심해 열어젖힌 냉장고는 몸이 원한 항상성 배고픔이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쾌락성 배고픔이자, '이 시간에는 뭔가를 씹어야 한다'는 조건화된 배고픔의 노예였을 뿐이다. 이중 배고픔이다. ‘우리는 신체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진짜 배고픔 외에, 뇌의 보상 중추가 자극되는 쾌락성 배고픔과 습관적인 조건화된 배고픔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책의 진단은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땀 흘려 운동하기 싫고, 닭 가슴살만 먹는 가혹한 식단 관리도 못 하겠다는 중년은 영영 고장 난 몸으로 살아야 할까? 제이슨 펑이 제시한 솔루션은 의외로 단순하며, 나처럼 게으른 이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준다. 억지로 칼로리를 계산하며 식사량을 줄이지 말고, 호르몬을 교란하는 초가공식품을 끊고 자연식품으로 밥상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간식을 먹어 인슐린을 자극하는 습관을 버리고, 먹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는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라고 권한다. ‘따라서 살을 빼려면 칼로리를 줄일 게 아니라, 호르몬을 교란하는 초가공식품을 끊고 간헐적 단식을 통해 배고픔 통제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단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내 몸의 호르몬 시스템을 이해하고, 가짜 배고픔의 고리를 끊어낼 지혜를 공유한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바꾸고 공복의 시간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고장 난 체지방 온도조절기를 다시 정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여전히 운동도 다이어트도 귀찮은 중년이지만, 오늘부터는 내 몸을 학대하는 가짜 배고픔에 속지 않으려 한다. 가공되지 않은 진짜 음식을 먹고, 내 몸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 가장 완벽하고 과학적인 다이어트의 시작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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